[최순실 게이트]이세민, 생명공학 회사 설립한다며 작년 역술원 불러 30억 약정 체결 정윤회 지인 참석해 “큰일 하셨다” 이세민씨 ‘사기’ 피소되며 설립 중단
황우석도 참석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 역술원에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역술인 이세민 씨, 이홍범 미국 명예장관(왼쪽부터)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당시 정 씨의 동생이 아이카이스트 임원이었고, 모금 행사에 정 씨의 지인도 참석한 점을 감안하면 이 씨가 정 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거액을 모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 씨와의 인연으로 유명해진 역술인 이 씨의 모금 과정이 최순실 씨를 내세웠던 K스포츠재단 모금 비리와 판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회의 문건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해 8월 10일 김 대표를 비롯해 선박업체 H사 대표 이모 씨(53), 바이오업체 D사 대표 이모 씨(61) 등과 함께 ‘홍익참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로 약정했다. 미국 명예장관(Kitchen Cabinet)을 지낸 이홍범 박사(73)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63)도 참여했다. 사업계획서엔 ‘생명공학과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태평양 중심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수익금을 홍익운동에 사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홍익운동은 이 씨가 주창한 인성교육 사업이다.
당시 참여 업체들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사세(社勢)가 급격히 확장됐다. 2011년 설립된 교육 분야 벤처기업 아이카이스트는 2013년 4월과 11월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와 박 대통령이 각각 전시장을 찾아 제품을 직접 시연하면서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다. 최근 김 대표가 175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 전까지 아이카이스트는 해외 기업·정부와 수조 원대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켰다. D사와 H사의 사업 확장도 눈에 띄었다.
다만 지난해 9월 말 이 씨가 사기 혐의로 피소되면서 ‘홍익참’ 설립은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재판을 받다가 신장병 등을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난 이 씨 측은 “바쁘다”며 이런 의혹에 대한 해명 요청을 거부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