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최순실씨 자매 대리처방 확인
보건 당국 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은 물론이고 이후에도 최순실(60), 최순득(64) 자매의 이름으로 혈액검사와 피로해소 주사제 처방 등 각종 진료를 받아 왔다. 대통령 자문의인 김상만 씨(현 녹십자 아이메드 원장)는 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까지 총 9차례, 당선 뒤(2013년 3월∼2014년 3월)에는 15차례나 대리 처방을 지속했다.
이번 조사가 충격적인 점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박 대통령의 건강관리조차 ‘비선 실세’ 최 씨의 영향 안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가장 큰 의혹은 박 대통령 취임 후인 2013년 9월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가 박 대통령 혈액을 채취해 차움의원으로 가져온 후 최순실 씨의 이름으로 검사한 점이다. 대통령은 청와대 의무실에서 1년 365일 혈압, 맥박 등 건강을 점검받는다.
국내 최고의 전문의를 주치의로 두고 주기적으로 세밀한 검진을 받는 상황에서 타인(최순실) 이름으로 외부에서 혈액검사를 받은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통령 자문의가 대통령 혈액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보안을 장담할 수 없는 민간 의원에서 검사했다는 것은 같은 의료인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어떤 종류의 혈액검사였는지에 대해 복지부는 “그 부분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의무실에 필요한 약이 구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원장이 ‘최순득’ 이름으로 허위 처방한 후 청와대로 가져가 박 대통령에게 피로해소 주사제를 투여한 것도 의문점이다. 김 원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청와대 의무실에서 주문하면 하루 내에 모든 의약품이 배달되는데 왜 외부에서 의약품을 반입하겠나”라고 말했다. 불과 5일 만에 말이 바뀐 셈이다. 주치의, 의무실장 배석, 대통령 진료기록 작성 등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최순득 이름으로 대통령 처방전을 만들어 박 대통령에게 주사한 것 자체가 알리고 싶지 않은 ‘비합법적 처방’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복지부는 김 원장이 박 대통령을 위해 최 씨 자매의 이름으로 대리 처방한 것은 영양제, 비타민 주사제였으며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 의약품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최순실 씨가 신경안정제 계통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받아 본인이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순실 씨가 2013년 4월 30일 평소보다 2∼3배 많은 양의 주사제를 처방받은 점도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이는 박 대통령 미국 해외 순방(2013년 5월 5∼10일) 직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최 씨가 대통령 해외 순방에 쓰도록 미리 처방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는 철저히 당사자들의 진술에서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에 폐쇄회로(CC)TV나 재고의약품 등 물질적 증거는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직접진찰 규정 위반은 명백하나 이번 행정조사로는 확인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만큼 김 씨를 수사 당국에 형사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