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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가 주는 건강과 여유, 커피는 절대 못따라오죠”

입력 | 2016-11-16 03:00:00

‘녹차 전도사’ 나선 남은주씨




차 마시는 사회 만들기 운동에 나선 남은주 티인스트럭터협회 사무처장. 그는 “녹차는 녹색 보약으로 불릴 만큼 효능이 다양하다”며 “더 많은 사람이 녹차를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은 커피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인이 소비한 커피는 1인당 341잔. 거의 매일 커피를 한 잔씩 마시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전통 녹차 전도사로 나선 이가 있다. 주인공은 남은주 티인스트럭터협회 사무처장(57). 그는 녹차로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자며 ‘차 마시는 사회’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식품산업전’에서 그를 만났다.

 남 처장이 차에 관심을 가진 건 회사원 생활을 하던 2004년. 저혈압과 만성피로증후군 등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부터다.

 “차가 몸에 좋다는 말을 듣고 습관적으로 마셨는데 의외로 몸이 가벼워지고 혈압 수치도 좋아졌어요. 피부가 깨끗해지고 마음도 평안해졌음은 물론이고요.”

 그는 차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관련 협회에서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문턱이 높게 느껴졌다. 한복을 입고 다기 세트를 갖춰 다도(茶道)를 배워야 했다. 잎차 우리기를 배우기까지는 총 2년 과정을 들어야 하는 등 이전의 단계를 모두 밟아야 했다.

 “당시 중국의 푸얼(普이)차가 유행했는데 얼마나 더 비싼 차를 마시는지가 관심이었죠. 차 관련 행사를 할 때면 한복을 입고 고급 다기를 들고 와야 ‘차를 좀 아는 사람’ 대우를 받았죠. 동시에 커피전문점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차 자체가 외면을 받아 안타깝기도 했고요.”

 그는 차의 효능을 알리고, 누구나 간소하게 차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2011년 티인스트럭터협회를 만들었다. 차 전반을 쉽게 알려주는 차 지도자 양성에 나서는 한편 사라질 위기에 처한 우리 차도 발굴했다. 국제슬로푸드협회 한국지부와 손잡고 하동 작설차와 보림백모차, 김해 장군차 등을 ‘맛의 방주’(사라질 위기에 처한 음식의 목록)에 등재시켰다.

 남 처장은 “반드시 비싼 차가 몸에 좋은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녹차는 따는 시기에 따라 네 종류로 나뉜다. 곡우(穀雨·음력 3월 중순)를 전후로 가장 먼저 따는 찻잎을 ‘우전’이라 한다. 이후 열흘 간격으로 ‘세작’, ‘중작’, ‘대작’ 순으로 딴다.

 “어린잎인 우전엔 아미노산이 있어서 감칠맛이 나죠. 80g당 10만∼100만 원일 정도로 사람들이 선호합니다. 반면 늦게 딸수록 감칠맛은 적고 떫은맛이 나요. 대작은 1만 원대(80g)지만 저급차로 보면 곤란해요.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엔 항산·항염 성분이 들어가 노폐물을 없애고 피를 깨끗하게 하거든요.”

 그는 차 자체의 맛과 향을 즐기기엔 우전이 좋지만 생선구이나 고기처럼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면 대작이 좋다며 대작도 제대로 평가받아 녹차 확산의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차 마시는 사회는 흥(興)한다고 하잖아요. 이 각박한 세상에 좀 더 여유를 갖고 심신을 건강하게 지켰으면 좋겠어요. 우리 전통 녹차를 즐기는 것, 어렵지 않아요. 다기를 갖춰 마셔도 좋지만 보온병을 갖고 다니며 찻잎 1∼2g을 넣어 먹는 등 간소하게도 즐길 수 있으니까요.”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