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신호와 소음을 구별하기 위한 원칙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설마”로 대표되는 주관을 배제하고 사실만 보라. 둘째,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예측을 계속 수정하라. 우리 사회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예측이 등장하면 다시 미래가 요동쳐 그 예측이 쓸모없게 되는 ‘2단계 카오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론으로 무장했다고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버는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다. 개표 결과 발표 후 블로그를 통해 “부동층의 내심까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어둠 속에 가려진 정보를 미처 계산에 넣지 못했다는 뜻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 사실은 그 시대를 가장 모른다고 꼬집었다.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아주 희박해 보였던 가능성이 실현되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는 정국의 혼돈과 나라의 위기다. 미래를 모른 채 어둠 속을 헤매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고, 예측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다시 이런 혼란을 겪을 순 없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 대통령에게 표를 준 1570만 명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찍은 1460만 명도 장막 뒤 최 씨를 보지 못했다. 향후 국가 지도자에게 무엇보다도 투명성이라는 덕목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보다 앞서 사태 수습을 위해 지금 우리 곁에 나타난 정보 중 어느 것이 신호이고 소음인지 눈을 부릅뜨고 구별해야 한다. 자, 헌정 최초로 현직으로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박근혜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자세를 취할지 정확히 예측하려면 다음 중 어떤 정보를 소음으로 분류해야 하는지 체크해 보자.
①박 대통령이 15일 변호인을 통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②그러나 변호인은 “서면 조사가 적절하고 당장 소환에 응하기는 어렵다”며 연기를 요청했다.
①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②수사팀 규모를 검사 32명으로 확대했다.
③조사실 창문에 창호지를 발랐다.
※정답이 2개 이상이라고 느꼈어도 착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조건희 정책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