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변동금리 일제히 인상
다음 달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대출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예정이어서 13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출 최고 금리 5%대 진입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대표적인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종전 2.70∼4.01%에서 이날 2.86∼4.17%로 0.16%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도 0.26%포인트 인상한 3.16∼4.46%로 조정했다. KEB하나, 우리은행은 0.06%포인트씩 올렸다. 전날 변동금리 주택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한 1.41%로 고시돼 은행들이 이를 반영해 금리를 일제히 올린 것이다.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 압박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여기에 최근 시장금리 상승까지 맞물려 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다. 이달 초 1.7%를 밑돌던 국내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2.084%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내건 경기 부양책의 여파가 국내 금융시장까지 미친 것이다.
○ “2, 3년간 금리 상승 이어져”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돼 국내 대출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을 우려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김연주 KEB하나은행 PB부장은 “정책금리가 오르기 전에 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있는데 앞으로 2, 3년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10월 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523조4000억 원)을 감안하면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 이자 부담은 연 1조3000억 원 이상 늘어난다.
대출을 받을 때도 금리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김 부장은 “3년 내 상환을 목표로 하는 신규 대출자는 고정금리가 나을 수 있다. 5년 이상 천천히 갚을 계획이면 변동금리를 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탁규 IBK기업은행 반포자이WM센터 팀장은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변동금리 대출자들은 3년이 지나야 중도상환 수수료가 면제되고 갈아탈 때 원리금 상환 조건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