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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도 야당도 끝내 파국으로 가겠다는 건가

입력 | 2016-11-17 00:00:00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가 시민단체, 재야세력, 야권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을 벌여 나갈 비상시국기구 구성 계획을 밝히자 어제 즉각 ‘박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개소식을 가졌다. 제1 야당으로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이 정치적 해법은 외면한 채 좌파운동권과 어깨동무를 하고 촛불을 들불로 키우려 하는 의도가 궁금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지도자회의 구성을 제안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시민사회와의 연대기구 구성을 거부하고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두 사람이 정치적 협상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말뿐이다. 4·13총선에서 ‘협치’의 가능성 때문에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 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적 신망을 잃은 데다 당내 비박계로부터 연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데도 여전히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버티고 있다. 야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할 여당 자체가 지리멸렬 상태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돌출 제의했다가 의원총회에서 퇴짜를 맞는 바람에 대표로서의 권위를 상실했다. 이런 중차대한 시국에 여야 대표들이 아무런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불운이다.

 지금은 정치적 자유가 억압받고 있는 것도, 야당이 여당의 위세에 눌려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국회를 중심으로 작동해야 할 대화와 협상, 타협이라는 정치 본연의 기능이 멈춰 버렸다. 정치인들이 난국을 타개할 정치적 해법 찾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대의민주정치를 무시하는 처사다.

 박 대통령이 두 차례 대국민 사과를 할 때와 달리 지금은 퇴진도, 임기 단축도, 2선 후퇴도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검찰 조사까지 받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진정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적당히 버티면서 시간을 끌다 보면 민심이 돌아설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정치가 실종된 상태에서 힘과 힘이 부딪치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그런 파국을 원치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각오를 밝혀야 하고, 야권은 박 대통령 대신 국정을 꾸려갈 국회 추천 총리를 내세우는 등 정치적 해법 마련에 나서야 한다. 유력 대선 주자로 어느 누구보다 정치에 앞장서야 할 문 전 대표가 “총리 후보 얘기는 지나간 단계”라며 정치를 외면하는 것은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