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논설위원
치료감호 박지만부터 면회
A는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다. 이재수 중장은 기무사령관이었음에도 단 한 번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하지 못했다. 대통령 주위를 최순실 일파와 청와대 3인방이 꽁꽁 둘러싸 철벽을 쳤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내시’를 자처했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도 그 철벽을 뚫지 못했다. 진짜 내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 2월 국회를 방문한 대통령에게 “저, 여기 있어요”라고 오글거리는 멘트를 날렸던 윤상현 의원도 ‘이너 서클’에 끼지 못했다.
희귀하게 그 철벽을 뚫은 이들이 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이다. 김 실장은 지난해 2월 물러났고, 우병우는 직전인 1월에 민정수석이 됐다. 이 둘이 사실상 바통 터치를 하며 최순실에게 휘둘린 박 대통령의 밀지(密旨)를 이행했다. ‘최순실→박근혜→김기춘’으로 이어지던 인사 라인이 ‘최순실→박근혜→우병우’로 바뀐 것이다.
나는 올 4·13총선 직후 본 칼럼에서 “인사위원회까지 통과된 인사안이 막판 ‘어디선가’ 뒤집히는 일이 적지 않다”고 썼다.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 공직 인사는 민정수석실에서 다 했다. 인사수석실은 막판 서류작업만 했다고 한다. 이제야 장관과 청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등 공무원 인사가 정상화됐다는 게 관가 얘기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부르짖던 대통령 아래서 자행되던 비정상이 사실상 대통령 부재 상태가 돼서야 정상화됐다니…. 시쳇말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 부재’ 상황에서도 김기춘과 우병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금의 박 대통령 대응을 김 전 실장이 총괄하고 있다는 소문이 청와대 주변에 파다하다. 최재경 민정수석도 김 전 실장이 천거했다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 후 인사 정상화
검찰도 제 살 길을 찾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열의를 보인다. 그러나 국정농단 배후인 최순실-박근혜 고리 못지않게 실행에 옮긴 박근혜-김기춘, 박근혜-우병우 고리가 규명돼야 한다. 나중에 ‘절름발이 수사’ 소리를 듣지 않으려거든.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