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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임 소동은 “길라임, 이게 최선입니까” “길라임은 언제부터 혼이 비정상이었나” 같은 패러디를 낳으며 ‘최순실 게이트’ 블랙코미디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길라임이란 이름을 박 대통령이 선택했는지, 동행했다는 최순실 씨 혹은 병원이 멋대로 정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천둥번개가 칠 때 남녀 주인공의 영혼이 뒤바뀌는 드라마 설정과 맞물려 최 씨에게 사로잡힌 청와대야말로 ‘시크릿 가든’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길라임 가명은 한 번 웃고 지나갈 해프닝에 불과하지만 대통령의 혈액을 외부 의료기관인 차움의원에서 검사한 건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가 2013년 9월 박 대통령의 혈액을 채취해 차움의원으로 가져가 최 씨 이름으로 검사했다는 게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다. 차움의원이 혈액검사를 한 이유는 혈액 속에 부족한 성분이 무엇인지 알아내 맞춤형 주사 처방을 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갱년기 증세 치료와 피로 해소에 특효라는 태반주사를 맞았다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