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씨 개인전 위해 한국 찾았다 시위 목격 “다음날 깨끗한 거리에 또 놀라”
권력의 부조리한 이중성을 조명한 ‘베를린’(2012년) 연작 중 한 점. 공근혜갤러리 제공
한여름 어느 오후 택시를 타고 올라가다가 검문 경찰의 “선글라스 벗어 달라”는 요구에 “그쪽부터 벗고 요구하라”고 답했다가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숙소가 마침 그 거대한 소용돌이 바로 앞에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흥겨운 기운과 결연한 의지를 함께 분출하는 집회는 어디서도 보지 못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들, 학생과 노동자들, 노인들…. 참가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올라프는 성별, 재력, 종교 등의 배경에 얽힌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와 관습적 편견, 터부를 비판하는 시선을 담은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얼핏 아름다워 보이기만 하는 문화와 예술의 산물이 때로 압제의 도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계급적 권위의 이중성을 표현한 작품들을 걸었다.
히틀러를 따라 차려입은 듯 가죽장갑을 낀 독일 소년이 거만함 가득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베를린’, 등에 칼이 꽂힌 채 피 흘리는 로마 독재자 시저와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을 담은 ‘로열 블러드’가 묘한 울림을 전한다.
어윈 올라프 씨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촬영한 촛불집회 사진. 어윈 올라프 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