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서 이런 프로 여배우가 나타난 걸까. ‘오 마이 금비’ 허정은이 첫 방송부터 타이틀롤의 묵직한 무게를 소화해내며, 치열한 수목대전에서 깜짝 반전 2위를 일궈냈다.
16일 첫 방송 된 KBS 2TV 수목드라마 ‘오 마이 금비’(극본 전호성, 연출 김영조, 제작 오마이금비문전사, 로고스필름)에서는 누구의 아역도 아닌, 열 살 유금비 역으로 등장한 허정은이 60분 내내 화면을 장악하며 모휘철 역의 오지호와 함께 부녀 전쟁의 서막을 올렸다.
학교에 갔다 오니 이모는 사라지고, 텅 빈 집안에 홀로 남게 된 금비. 당황도 잠시, 즉석밥을 돌리며 화투패를 떼던 금비는 “정말 이별수가 있었네”라며 이모와의 이별을 덤덤히 정리, 열 살답지 않은 깊은 눈빛으로 누군가의 특별한 보살핌 없이 자라온 열 살 꼬마의 다사다난한 지난날을 표현해냈다.
또한 곤히 잠든 휘철의 얼굴을 신기하다는 듯 미소로 바라보고 “제사를 안 지내면 조상님이 쫄쫄 굶는대”라는 고강희(박진희)의 농담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며 엄마의 제사상을 준비하는 장면은 겉보기엔 성숙해 보이지만, 딱 제 나이다운 순수함과 깨끗함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은 물론 뭉클한 감동까지 선사했다.
사기꾼 휘철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는 배짱 강한 열 살 꼬마의 모습부터 동영상 속 아빠의 까칠한 모습에도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보는 이들을 무장 해제시킨 순수함까지. 첫 방송부터 열 살이 소화하기 벅찬 다양한 감정을 완벽히 아우르며 어리다고 얕볼 수 없는 프로 의식을 보여준 허정은에게 기대가 더해지는 이유다.
‘오 마이 금비’, 17일 밤 10시 KBS 2TV 제2회 방송.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