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정국]前現검사들이 보는 조사회피 배경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은 언뜻 보면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많다. 정치적인 관점, 수사적인 관점 모두 그렇다. 정치인은 공식 석상에서 한 말을 뒤집으면 엄청난 여론의 비난에 직면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가 불과 10여 일 만에 이를 뒤집어 불리한 여론을 자초했다.
대형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검사들은 박 대통령이 최재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비롯한 공식, 비공식 라인을 통해 검찰 내부 기류를 읽은 뒤 탄핵 절차를 통해 시비를 가리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 대통령을 최순실 씨(60·구속)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받든 아니든, 검찰은 박 대통령의 혐의를 최 씨 등의 공소장을 통해 공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어차피 공개될 거라면 최대한 조사 시일을 미루며 반격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수통 검사들은 박 대통령의 반격은 분노 여론이 조금 사그라진 뒤 대통령 본인이 탄핵 심판 공개 변론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검찰의 공소장 공개나 여야 합의 특별검사의 수사 진행과 맞물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 박 대통령은 헌재의 공개법정에 서게 되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역이용한다는 것이다. 탄핵심판이 시작될 때까지는 최소 2, 3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여론이 냉정을 되찾으면 본인의 해명이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여전히 박 대통령을 18일에 대면조사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동시에 검찰은 공소장에 박 대통령에 관한 내용을 어떤 수준으로 담을지도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확히 적시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지만 최 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뺀 채 ‘안 전 수석 등과 공모하여’ 등의 방식으로 흐려 작성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