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복지부, 강남보건소 조사 발표前 ‘청’ ‘안가’ 표현에 처방전까지 구체 내용 적힌 진료기록부 확보… 뒤늦게 “기록 사본은 받았다” 시인 프로포폴 처방의혹 나오는데도 식약처, 약품 폐기기록 확인 안해
○ 대리 처방 기록 받고도 “아직 보고 안 받았다”
복지부가 확보한 기록에는 김 원장이 대리 처방한 진료기록부, 처방전 등이 포함돼 있다. ‘청’ ‘안가’ 등 박 대통령을 지칭하는 용어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주사제 성분명까지 상세히 적혀 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의혹 관련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확인할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또 복지부는 언론 브리핑 전 조사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했으면서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거짓 해명을 했다. 17일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복지부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 문의해 보니 브리핑 전 국회, 청와대 등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 마약류 폐기 기록은 조사도 하지 않은 식약처
이 병원들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식약처의 조사도 맹탕이었다. 식약처는 이 병원들에서 마약류를 폐기한 기록은 아예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병원의 마약류 관리대장에 있는 구입량과 사용량, 실제 재고량만 확인한 뒤 “조사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마약류를 폐기한 기록이 없거나 폐기량이 구입량에 비해 현저히 적다면 약품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식약처가 이를 조사하지 않은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최 씨 일가 이용 다른 병원도 조사해야
‘최순실 게이트’가 의료계로 번진 건 8일. 이 병원들에 대한 조사는 사흘 뒤인 11일 시작됐다. 그러면서 복지부와 식약처는 강남구 보건소에만 조사를 맡긴 뒤 현장에 동행하지 않았다. 더구나 복지부가 언론 브리핑 전날 담당 과장을 승진 발령을 내기도 했다. 의료계에서 “조사 시기가 늦었다. 마음먹기에 따라선 중요한 기록을 조작하거나 폐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며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최 씨 자매가 자주 다닌 다른 병원들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 씨는 평상시에는 차움의원을 이용했지만 수술 등 큰 진료는 순천향대병원을 이용했다. 이곳은 최 씨 딸 정유라 씨(20), 정 씨 아들과 최 씨 언니 최순득 씨(64)까지 최 씨 일가가 20년 넘게 이용한 병원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