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檢, 최순실 친목계 운영자 압수수색
문제의 해운대 공사 현장 부산 해운대 엘시티 개발 사업 과정에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66·구속)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14일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건축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산일보 제공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임관혁)는 17일 이 회장과 최 씨가 함께 가입된 친목계의 운영자 김모 씨(75·여)가 서울 강남구에서 운영 중인 의류업체와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 씨 자매(순실, 순득)도 이 회장과 같은 계원으로 확인됐다”라며 “계주인 김 씨 계좌로 이 회장이 돈을 납입한 사실이 확인돼 용도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라고 말했다. 검찰은 계원 명단과 곗돈 납입·지출 명세 등이 담긴 서류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 회장은 엘시티 사업이 진행 중이던 2011년 강남 일대의 건물주나 사업가 등 25명이 회원인 이 계에 가입했다. 그는 검찰에서 “비서에게 대신 곗돈을 내도록 하고 모임에는 나가지 않아서 최순실 등 계원을 모른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엘시티 사업 초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이 회장이 매달 수백만 원을 내는 이른바 ‘천만 원 계’에 가입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엘시티는 사업성 부족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수차례 실패해 좌초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최 씨가 계원으로 가입한 2013년, 부동산투자이민제 적용 지역으로 선정된 데 이어 중국건축(CSCEC) 등과 계약을 맺으며 사업이 활기를 띠었다.
검찰 수사는 엘시티 사업의 인허가, 대출 등에 특혜가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부산시, 부산도시공사 등에서 확보한 엘시티 관련 각종 문서를 검토 중인 검찰은 최근 관계 공무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여러 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날 엘시티 자금관리회사 사장을 지냈던 정기룡 부산시 경제특보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엘시티가 금융기관과 맺은 ‘수상한 계약’도 주요한 수사 대상이다. 엘시티에 용지 매입비용 등으로 3500여억 원을 대출했던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1월 2300여억 원의 이자를 포기하고 원금만 회수한 채 사업에서 빠져나갔다. 엘시티는 이 대금을 부산은행에서 대출받은 3500억 원으로 충당했다. 검찰은 동일한 사업을 두고 양측이 정반대 결정을 내린 점을 수상하게 보고 있다. 특히 부산은행은 총 4200억 원을 사실상 ‘무담보’로 대출해 그 배경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가족과 지인들에게 아파트를 사전에 편법으로 분양했는지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 분양 이전에 수천만 원을 받고 이들의 명의나 혹은 차명으로 사전 청약을 해 놓은 다음, 일부 미분양 물량 중 프리미엄(웃돈)이 붙을 만한 곳으로 바꿔 주는 수법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고위직 출신인 전관 변호사, 전직 고위 공무원, 중견 기업 회장, 금융기관 전 고위 인사, 고위직 언론인 등이 혜택을 봤다는 얘기가 부산지역에서 나돌고 있다. 한편 대통령 직속인 특별감찰관실은 현기환 전 정무수석이 엘시티 비리에 연루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탐문 조사를 벌인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권오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