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집단이 마피아처럼 뭉쳐 있는 한국에선 비리가 터져도 관료는 몸통 뒤로 빠지며 깃털 행세를 한다. 그러니 부패가 안에서 썩는다. 공공기관과 로펌의 고위직 중에 징계 전력이 있는 전직 공무원들이 한 트럭이다. 정권이 바뀌면 이 가운데 일부가 전 정부에서 받은 징계를 훈장 삼아 다시 고위직으로 영전할 것이다. 벌써 박근혜 정부 이후를 대비하는 전직이 여럿이라고 한다.
▷조원동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좌파 영화 딱지가 붙은 ‘광해’ 등을 만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에 대해 “그냥 쉬라는데요. 그 이상 뭐가 필요하십니까”라며 퇴진을 압박했다. 녹취록 속의 그는 조직폭력배 중간 보스 같다. 그래도 창피했는지 “경제수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라고 변명했지만 그 자체가 망언이다. 그는 2013년 증세 파동 당시 “거위 깃털을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거두는 것”이라고 해 공분을 샀다. 실언이라는 해석도 있었지만 구설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원래 가벼운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