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전국 이색 책방들
통영 장인이 만든 제품도 함께 판매하는 경남 통영시 ‘봄날의 책방’. 봄날의 책방 제공
자연 속에서 책과 노닐다
충북 괴산군의 ‘숲속 작은 책방’은 가정집 2층을 숙박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연에 둘러싸여 느긋하게 책을 즐길 수 있다. 숲속 작은 책방 제공
교육, 낭독, 여유
부산 수영구 수영로에 자리한 ‘인디고 서원’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오랜 기간 인문학을 가르쳐 온 허아람 대표가 2004년 문을 열었다. ‘입시가 아닌 의미와 관계를 지향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문화 교육 공간이기도 하다.
매달 두 차례 ‘수요독서회’를 열고 청소년 교양 인문잡지 ‘인디고잉’도 발행한다. 출판사 궁리도 운영한다. 허 대표는 “문을 열 당시 찾았던 청소년들이 이제 대학생이 돼 돌아와 풍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 맥주, 위스키를 즐기며 책을 보고 싶다면 ‘미스터버티고’(경기 고양시 일산동구)가 안성맞춤이다.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를 좋아하는 신현훈 대표가 오스터의 소설 제목을 따서 지었다. 신 대표는 “혼자 와 술이나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제주를 방문한 이들이 자주 찾는 책방 가운데 하나는 칠성로길에 있는 ‘라이킷(like it)’이다. ‘진짜 제주’의 저자인 안주희 씨는 전주에서 내려와 정착했다. 제주 관련 책과 독립출판물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그림책, 문학 그리고 시간의 힘
‘책방 같이[:가치]’(전북 전주시 덕진구)는 자매가 운영하는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이 지역의 그림책 동아리인 ‘내 마음의 그림책’을 꾸리는 전선영 씨가 언니다. 전 씨는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그 매력에 푹 빠졌다. 개구리가 나오는 그림책을 읽고 개구리 모양 햄버거를 만드는 등 매주 토요일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요리 수업도 한다.
소설가 김종호 씨는 올해 7월 광주 동구 조선대 정문 앞에 문학 전문 서점인 ‘검은 책방 흰 책방’을 열었다. 커피와 그가 직접 만든 목공예 소품도 판매한다. 낭독회와 미학공부 모임도 운영한다. 김 씨는 “다음 달부터 5, 6명 규모로 소설 창작 모임을 꾸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주토박이인 여태훈 대표가 운영하는 진주문고는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진주시민의 20%가량인 7만여 명이 회원이다. 특정 주제에 맞춰 책을 소개하는 편집 진열로 유명하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격돌할 때는 ‘사이보그 시티즌’, ‘인공지능과 딥 러닝’ 등 인공지능 관련 책뿐 아니라 ‘판을 엎어라’ 같은 바둑 책도 함께 선보였다. ‘펄북스’ 출판사도 만들었다. 여 대표는 “단단하고 좋은 책을 찾아내 널리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점이 속속 생겨나는 건 2014년 시행된 도서정가제가 영향을 미쳤다. 서점이 일정 부분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출판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문화 시설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 서점이 문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뉴욕 브루클린이 예술가들이 모여 핫 플레이스로 거듭난 것처럼 각 서점의 노력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서점이 공동화(空洞化)된 지역 도심을 살리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