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공격으로 가족을 잃는다면 분노를 다스릴 수 있을까.
‘당신들은 나의 증오를 갖지 못할 것이다’(앙투안 레이리스 지음·양영란 옮김·1만2000원·쌤앤파커스)는 지난해 11월 파리 바타클랑 극장에서 발생한 테러로 아내를 잃은 프랑스 언론인이 일상을 부여잡으려 애쓰며 담담히 써 내려간 기록이다. 사건이 난 지 사흘 뒤 저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같은 제목의 편지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단호하면서도 시적으로 쓴 명문이다.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처음 슬픔을 맛보며 대성통곡하는 17개월 된 아들을 지켜봐야 하고, 아내가 좋아한 향수를 발견하고는 그녀의 몸 하나하나를 떠올리는 모습은 애잔하다. 아내의 무덤에서 아들이 찾아내 손에 쥔 아내의 사진을 들고 돌아오며 ‘우리는 언제까지나 세 명일 것이다’라고 다짐한다. 강인함이란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