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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朴대통령 국정농단 ‘공범’으로 규정…피의자 신분 전환

입력 | 2016-11-20 11:43:00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입건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과 정치권의 압력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0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최순실 씨(60)와 안종범 청와대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를 적시했다고 밝혔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은 "헌법상 대통령을 형사소추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 씨와 안 전 수석비서관을 직권남용, 강요 및 강요미수, 사기미수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정호성 전 대통령부속비서관(49)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과정에서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직권남용 및 강요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삼성, 현대차, SK 등 16개 주요 그룹은 미르재단에 486억 원, 19개 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288억 원을 출연해 지난해 두 재단은 특별한 사업 실적 없이 총 774억 원을 지원받았다.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은 "안 전 수석이 재단 자금 출연을 요청했고, 이를 거부하면 각종 인·허가 지연, 세무조사 등 기업 활동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출연지시에 따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검찰은 일주일 만에 출연기업과 기업별 출연분담금이 결정되고, 모금액도 갑자기 200억 원 늘어난 것 역시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에 70억 원의 추가 출연금을 요구한 것에도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개입했다고 검찰은 보고있다.

최 씨가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흡착제 제조·판매사인 'K사'가 현대차그룹에 11억 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청와대를 동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안 전 수석의 압력을 받은 현대차는 K사에게 일감을 몰아줬다. 또한 현대차는 최 씨가 실소유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도 62억 원의 광고일감을 몰아줬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광고업체 포레카 지분 강탈 의혹, KT 인사 개입 및 이를 통한 광고 수주, 그랜드코리아레저 펜싱팀 창단 등 차 씨의 연루가 의심되던 여러 의혹들도 사실로 확인됐다. 여기에도 최 씨와 안 전 수석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1월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올해 4월까지 청와대 문건 180건을 e메일과 인편, 팩스 등으로 최 씨에게 전달했으며 이 중 일반에 공개돼선 안 되는 장·차관급 인선 검토자료 등 47건의 공무상 비밀문서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최 씨는 더블루케이가 K스포츠재단을 통해 연구 용역을 수행한 것처럼 가장해 7억 원을 타내려 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또한 검찰은 삼성이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 유한회사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지원했다는 의혹과 마찬가지로 최 씨 조카 장시호 씨(37)가 설립한 것으로 보이는 '한국동계스포츠센터'에 16억 원을 출연(삼성)하도록 강요당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최 씨를 기소하기 전 검찰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박 대통령의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된 만큼 향후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현행법상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탄핵 소추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