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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부터 며느리까지… “우리 가족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입력 | 2016-11-21 03:00:00

부여 세명기업사 김태용 회장… 2월 가입후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내년 2월엔 손자도 가입시키기로




올 2월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충남 부여 세명기업사 김태용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함께 가입한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아내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명기업사 제공

 “제가 갖고 있는 것을 남을 위해 쓴다는 것, 막상 결정하고 나면 마음은 훨씬 풍요로워집니다.”

 11일 충남 부여읍 효공원에서 열린 ‘세명기업사·전진관광농장 김태용회장배 부여 게이트볼대회’ 현장. 요즘 드물게 개인 이름을 내건 체육행사다. 이런 유형의 행사는 흔히 지역 독지가(篤志家)가 개인 명예나 또 다른 의도를 목적으로 여는 게 다반사.

 기자는 ‘김태용’이라는 인물을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찾아보기로 했다. ‘근사한 양복에 왼쪽 가슴엔 코르사주를 꽂았으리라….’ 하지만 ‘김태용 회장이 누구냐’고 묻기 전까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행사장 한쪽 구석에서 회사 직원들과 함께 행사 준비에 분주한 70대 초반의 남자, 그가 바로 김태용 회장(72)이었다.

 그는 올 2월 충남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가입한 데 이어 6월에는 아들 영석 씨(49)와 며느리 김제선 씨(48)에게도 가입을 권유해 성사시켰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과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등이 가입한 미국의 토크빌 소사이어티를 벤치마킹해 창립된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임. 1억 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약정한 개인이 가입하며 충남에서는 56명이 가입해 있다. 김 회장의 손자도 내년 2월 가입 예정이다. 이럴 경우 김 회장 집안은 충남에서 가장 많은 식구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 가입하게 된다.

 이날 게이트볼 대회에는 이용우 부여군수를 비롯해 부여군 15개 읍면에 거주하는 회원 4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에게는 점심과 함께 상금과 다양한 경품도 제공됐다. 개회식 때 김 회장의 인사말은 고작 “그냥 별거 없습니다. 오늘 하루 즐겁고 건강하게만 보내세요”로 간단했다.

 “나이 일흔이 넘어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함께 사는 이웃들 중 어려운 분이 조금이라도 나은 여건에서 생활할 수 있다면 그만이지요.”

 충남 논산이 고향인 그는 28년 전 맨몸으로 부여로 옮겨 논밭을 일구고 관광농원과 토목·건축소재 처리업체를 운영하면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나눔의 정신은 ‘없었던’ 과거나 ‘있는’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그는 농사를 짓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매년 명절 때마다 직접 수확한 쌀 20kg짜리 2000여 포를 불우한 이웃에게 돌렸다. ‘교육이 부여의 미래’라고 판단하고 출연금 20억 원으로 장학회를 설립해 매년 160여 명에게 장학금도 지급한다. 요즘에는 은행 이자가 줄어 매년 농사수익금 1억3000만 원을 보탠다. 이 밖에 대학 장학금, 홀몸노인 보살핌 행사, 사회복지시설 기부 등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

 “이 나이에 정치요? 과거에도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가장 즐거운 일은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잠자리에 누울 때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게 해줘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의 손은 하루 종일 일하는 손처럼 거칠었다. “부지런히 그리고 바르게 살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인터뷰 도중 부여군 게이트볼협회 사무실 탁자에 있는 한 신문 지면에는 최순실과 차은택 등이 이권을 위해 저지른 각종 비리 이야기가 넘치고 있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