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서울대 명예교수(항공공학)·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
일본의 항공산업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에 불과 7년 뒤진 1910년 첫 동력비행에 성공했으며, 제트기 개발도 이미 1940년대에 이뤄냈다. 2000년대 초반에야 고등훈련기 T-50을 통해 제트기 시대를 연 우리보다 60년 이상 앞선다.
모든 항공선진국이 그렇듯 일본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극복하며 지금의 선진 항공산업 발전을 이뤄냈다. 모방생산과 면허생산, 기술협력생산 등을 통해 수십 종의 항공기를 개발하면서 수많은 좌절을 경험해 왔다. 미국과 함께 개발한 F-2 전투기도 날개 균열 등 많은 시행착오 끝에 성공했으나 사업성 문제로 양산을 중단했다. 그러나 역시 일본 내 비난 여론은 거세지 않았다. 그만큼 항공우주산업이 국가 산업 발전과 국력에 미치는 중요성과 항공기 개발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지자체가 전장에서 운영할 수 있는 고난도 군(軍) 인증을 통과한 국산 헬기 수리온을 외면하고, 불필요한 요구에 미달하고 민간 인증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외산 헬기 도입을 정당화하고 있다. 이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고전할 때마다 국내 리그 활성화 등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됐다가 이내 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
한 국가의 항공우주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지원은 물론이고 기다리는 인내도 필요하다. 세계적으로도 국가와 국민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도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은 경우가 빈번하다. 그만큼 고난도 항공기술 획득은 매우 어렵다. 선진국들도 기술 이전을 꺼린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최종호기 출고 행사를 가진 초음속 T-50 계열 항공기의 성공은 한국 항공산업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다. 초기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마침내 전 세계에 56대를 수출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항공기 본고장인 미국의 조종사 훈련용으로 수출을 추진 중이다.
항공 선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군, 지자체는 물론이고 민간 분야에서도 국산 항공기 개발과 채택, 운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가의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개발한 국산 항공기를 군용은 물론 민수용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래 먹을거리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항공산업의 싹을 우리 손으로 자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메이드 인 코리아’ 여객기를 타고 태평양 상공을 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