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원 산업부 차장
16일 발간된 올해 보고서에 나타난 한국의 기업가 정신 지수(48점)는 조사 대상 45개국 중 23위다. 세계 평균(50점)보다 낮다. 한국인은 ‘창업하려는 의향’(긍정적 답변 64%)에서는 세계 평균(긍정적 답변 56%)을 웃돌았지만, 실현 가능성(37%)과 의지(44%)에서 세계 평균(각각 46%, 49%)에 못 미쳤다.
올해 보고서에는 눈에 띄는 조사 결과가 하나 더 있다. 창업자로서 소비자를 ‘내 고객’으로 만드는 과정이 ‘할 만한가(편하게 느끼는가)’라고 물은 데 대한 것이다. 한국인의 62%가 이 과정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할 만하다(편하게 느낀다)’라는 대답은 28%에 그쳤다. 긍정적 대답은 45개국 중 꼴찌, 부정적 대답은 1위다.
실제로 설익은 준비에 의욕만 앞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다 보니 금방 사업을 접는 일이 허다하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한국에서 창업 5년 후까지 살아남는 기업은 전체 창업 기업의 29.0%(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의 창업 5년 생존율은 각각 45.8%와 44.4%다.
그런데도 지난해 한국에서 새로 돛을 올린 벤처기업이 6600개가 넘는다. 창업가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지만, 한국의 창업 생태계가 이처럼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인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얼마 전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및 실리콘밸리 글로벌혁신센터(KIC)와 글로벌 인턴십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가깝게는 언론사와 공공기관이 힘을 합쳐 대학생들에게 창업 선진국 기업의 생생한 업무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멀게는 이 경험을 토대로 ‘성공한 창업’, ‘준비된 창업’을 확산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탄탄한 창업 생태계를 육성하자는 포부를 담고 있다. 청년드림센터에서 청년창업팀을 맡고 있는 필자도 이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의 인턴십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싱가포르국립대(NUS) 사례에서 알 수 있다. NUS는 2002년부터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을 미국과 유럽의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올 6월까지 해외 인턴십을 경험한 학생 3000여 명 가운데 300명이 실제로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고무적이다. 이런 작은 발걸음이 결국 한국의 ‘기업가 정신 지수’ 순위를 끌어올릴 동력이기 때문이다.
주성원 산업부 차장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