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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요건 충족과 탄핵 착수는 다른 문제” 망설이는 민주당

입력 | 2016-11-21 03:00:00

[‘피의자’ 대통령]법조출신 의원들 “사안 굉장히 심각” 박지원 “가결 정족수 가능 판단”
민주당 최고위는 결론 못내려… 가결 여부-헌재 심판기간 고심
21일 의총 열어 의견 모으기로




 20일 검찰 수사 발표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면서 야권 내에선 박 대통령 탄핵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박 대통령 퇴진 운동과 탄핵의 병행 추진을 국회와 야 3당에 요구했고,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32명도 탄핵 논의에 가세했다. 그러나 야권은 탄핵이 마지막 카드라는 점에서 발의 여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야권 “탄핵밖에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대통령 탄핵밖에는 남지 않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탄핵 절차 돌입에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탄핵 요건은 갖춰졌다”며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들을 접촉해 보고 (탄핵소추안) 가결정족수(200명 이상)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주류도 탄핵 절차 착수에 동의했다. 비주류 진영 원내외 인사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위원회는 이날 비공개 전체회의 직후 “오늘 검찰 수사 발표로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즉각 착수해야 한다”는 공동 입장을 발표했다. 그동안 여당에서 대통령의 탄핵 절차 착수를 공개 주장한 김무성 전 대표와 하태경 의원 등에서 30명 넘게 불어난 것이다.

 이날 회의 도중 검찰의 공소장을 확인한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사안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탄핵 절차를 요구하는 입장을 내자는 제안이 나왔고 거수 방식으로 공개투표를 했다. 탄핵 발의 권한을 가진 현역 의원 35명 가운데 심재철 나경원 유승민 권성동 김세연 의원 등 32명이 동의했다.

 이르면 26일 대규모 촛불집회 뒤인 다음 주부터 야 3당은 탄핵 추진과 국무총리 추천을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탄핵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은 이날 오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와 최고위원회 연석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탄핵의 터닝포인트가 만들어졌다”고 탄핵 추진에 찬성했으나 추미애 대표는 막상 탄핵 절차에 착수했을 때 절차적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탄핵 추진에 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탄핵 요건이 됐다는 것과 바로 탄핵으로 들어가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 탄핵의 여러 불확실성

 추 대표가 염려하는 것은 탄핵안의 국회 통과와 헌법재판소 결정까지의 과정에 남은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라는 게 중론이다.

 탄핵안 가결을 위해 필요한 의원 200명을 확실하게 담보해낼 수 있느냐는 가장 현실적인 변수로 지적된다. 새누리당 32명이 탄핵 절차 착수에는 동의했다지만 이들이 표결에서 실제로 찬성표를 던질지는 미지수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탄핵 절차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동의이지 탄핵 찬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설령 국회를 통과해 헌재로 넘어가도 기간의 불확실성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탄핵안 결정까지 6개월을 심의할 수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안의 국회 통과부터 헌재 결정까지 63일 만에 이뤄졌지만 이를 지금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헌재가 단기간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국민과 함께 압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에서 국회를 대표하는 소추위원으로 검찰 측 역할을 맡을 법제사법위원장이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라는 것도 꺼리는 한 요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소추위원을 맡았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탄핵을 결정했는데 권 의원이 그와 반대로 할 리는 없다”라면서도 “특검법안 통과도 반대했던 경력이 있어 적극적이진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면서 사실상 탄핵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가 쳐놓은 정치적 덫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추 대표의 개인적 트라우마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 이에 찬성했던 민주당의 대표라는 경험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탄핵을 통과시켜 헌재 결정이 날 때까지 국민의 여론이 바뀔 것을 걱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조건희·홍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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