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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상 이어 베어트로피까지…전인지, 필드의 전설과 이름 나란히

입력 | 2016-11-21 16:18:00


전인지 선수.사진 동아DB

18번 홀(파4)에서 2.5m 버디 퍼팅을 컵에 떨어뜨린 전인지(22)는 오른쪽 팔을 번쩍 들며 환하게 웃었다. 우승이라도 한 듯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자신의 시즌 마지막 타수인 5010타 만에 최저타수 1위를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같은 조에서 소수점 세 자리까지 헤아리는 접전을 펼치던 리디아 고(19)는 전인지와 포옹한 뒤 "언니 축하해"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전인지가 신인상에 이어 베어트로피(최저타수 1위)까지 품에 안았다. LPGA투어에서 신인상과 베어트로피를 동시에 차지한 선수는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처음이다. 박세리, 박인비 등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역사 뿐 아니라 안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 등 필드의 여제들도 못 세운 이정표다.

21일 끝난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우승자가 아니라 7위로 대회를 마친 전인지에게 집중됐다. 전인지는 미국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인 이 대회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였다. 시즌 평균 69.583타(72라운드 5010타)를 기록해 69.595타의 리디아 고(94라운드 6542타)를 0.013타차로 제쳤다. 0.013타는 최근 10년 간 가장 적은 타수차로 지난해 박인비가 리디아 고를 따돌리고 베어트로피를 수상할 때의 0.026타 차이를 더 줄였다.

전인지는 "마지막 홀에서 꼭 버디를 해야 최저타수 1위가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승 퍼팅이나 신인상 영어 연설 때보다도 훨씬 떨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필드의 전설들과 이름을 나란히 하게 돼 큰 영광이다.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세계 랭킹 3위 전인지는 전날까지 동타였던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와 이날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15번 홀까지 전인지는 리디아 고에 1타를 뒤졌다. 하지만 16, 17번 홀에 이어 18번 홀까지 3연속 버디를 낚는 강한 뒷심으로 극적인 역전극을 완성했다. 전인지가 18번 홀 버디를 놓쳤다면 영광의 주인공은 리디아 고가 됐다.

전인지를 지도하는 박원 아카데미 원장은 "장갑 벗을 때까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정신력을 갖추는 훈련을 5년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한결 같은 스윙 템포와 정교한 퍼팅이 베어트로피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공동 4위(14언더파)로 대회를 마친 세계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올해의 선수, 상금왕(약 255만 달러)을 차지한데 이어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레이스 투 CME글로브'에서도 1위에 올라 보너스 100만 달러마저 휩쓸었다.

대회 우승은 19언더파를 기록한 찰리 헐(잉글랜드)에게 돌아갔다. 유소연은 16번 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17번 홀 보기로 2타차 2위에 머물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