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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임산부 배려석'
있으면 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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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양보를 해 주는 사람이 없어요.
안 비켜주데 그 앞에서
'임신 32주에요. 자리 좀...'이라고
어떻게 말하나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조현수 씨(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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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인 조 씨는 매일 지하철 4호선을 탑니다.
무거운 몸으로 지하철에 들어서면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을 때가 없어서
매일 서서 출퇴근 하죠.
임산부들이 편하게 배려석을 이용하긴 어려워요.
언제쯤 그런 날이 올까요"
-조현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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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정부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4년 임산부 배려석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좌석 위쪽에 '임산부 먼저'라는 스티커만 있었는데
이를 눈에 잘 띄도록 분홍색 시트로 교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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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자리는 임산부를 위한 자리입니다. 양보해 주세요'라는
바닥 표지도 설치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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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갈 길이 멉니다.
임산부 커뮤니티 사이트 맘스홀릭베이비에는
"임산부 자리는 늘 다른 사람들이 차지했고
노약자석에 앉으려 해도 어르신들이 눈총을 줘서
결국 서서 간다"는
글이 끊이지 않죠.
#. 배려석 관련 민원도 늘고 있는데요.
2014년 27건
2015년 146건
2016년 166건(9월 말 기준)이죠.
그만큼 불편을 느끼는 임산부가 많습니다.
각 보건소에서는 배가 많이 나오지 않은
초기 임신부를 위해
열쇠고리와 동전지갑형 표지를 배포하고 있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알아보는 일반 승객도 거의 없고
이용하는 임산부도 많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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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는 법적 강제조항이 아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양보와 배려가 필요한데
이런 사회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김상훈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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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배려석을 설치해야 하고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도 절실합니다.
노령화와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한국 사회가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에게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합니다.
원본 | 노지현 기자
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김수형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