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빈(맨 오른쪽)이 인천 서구의 한 독거노인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미술수업을 담당하는 송윤경(왼쪽에서 두 번째)씨 등 자원봉사자들과 짧은 시간의 인연을 사진으로 남겼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독거노인 시설서 3년째 미술수업…송윤경 씨가 말하는 봉사의 의미
근처에 올 일 있을 때마다 얼굴 비춰
이젠 그림에 대해 서슴없이 지적도
이야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
봉사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힘을 바쳐 애쓴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말이다. 하지만 ‘나보다 남을 먼저’라는 강박관념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분명 좋은 일인 건 알지만, 많은 이들이 시작에 앞서 주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일 연기자 이선빈과 함께 인천 서구의 한 독거노인 시설에서 미술수업 봉사활동을 펼친 송윤경(40)씨. 올해로 3년째 활동하고 있는 그는 “사실 (내)집은 ‘개판’ 5분 전”이라며 웃으면서도 “정해진 날짜에 (이 곳에)다녀오지 않으면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한다.
이젠 수업 내내 송씨는 할머니들과 스스럼없이 장난치면서도 이들의 그림 그리는 속도가 느리거나 제대로 그리지 못할 때에는 서슴없이 ‘지적’을 하는 사이가 됐다. 그는 “할머니들이 연필을 쥐거나 붓에 힘을 넣는 손힘이 강해졌다”며 “예전에는 의존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당신들이 원하는 물감 색깔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할머니들은 “친손녀”로 대해준다. 송씨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 할머니들은 다른 할머니와 다퉜던 일 등 그간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두 할머니를 화해시키는 “중재 역할”도 송씨의 임무다.
“제 자신과 한 ‘일주일에 한 번 방문’ 약속은 지키려고 한다. 제가 할 수 있고 가지고 있는 것이 그림이니 이를 통해 이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일 뿐인데, 드리는 것보다 얻는 게 너무 많다.”
송씨는 “할머니들이 저에게서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실까요”라며 겸손함을 드러냈지만, 할머니들은 다음주를 약속하고 떠나는 송씨의 손에 당신들이 텃밭에서 가꾼 고구마 등 매주 무언가를 가득 담아 쥐어 보낸다.
“정해진 날짜 외에 근처에 올 일이 있으면 수시로 들락거리며 얼굴을 비춘다. 행위로써 봉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마음으로 교감하는 게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