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미. 스포츠동아DB
“그래봐야 난 세계랭킹 15위 선수
마음이 편해졌고, 우승도 따라와”
“나는 최고가 아니다.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
이보미(28)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년 연속 상금왕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일본 남녀 프로골프 통틀어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2억3049만7057엔)을 돌파하며 처음 상금왕에 올랐던 이보미는 올해 엄청난 부담 속에서도 상금왕 2연패를 달성했다. 21일 하루 쉬고 JLPGA 투어 시즌 최종전 리코컵챔피언십이 열리는 미야자키로 이동한 이보미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2016년을 돌아봤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팬들이 이보미의 상금왕을 축하해줬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1시간 넘게 기다리던 팬들은 시상식이 끝난 뒤 이보미의 상금왕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
결과는 장밋빛. 그러나 2016년은 이보미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한 해였다.
“골프를 하면서 이렇게 힘들게 시즌을 보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이보미를 힘들게 한 건 기대였다. 지난해 워낙 대단한 성적을 거둔 탓에 올해도 거는 기대가 컸다.
이보미는 시즌 초반 12경기 연속 톱10으로 출발했다. 6월까지 4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지난해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냈다. 하지만 그때도 정신력으로 버텼다. 2016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 미국 LPGA 투어 병행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그러다보니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시즌 초반엔 그럭저럭 버텼지만, 중반 이후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결국 9월 가장 기다렸던 일본여자오픈에서 체력 난조를 호소하며 기권하는 최악의 결과가 벌어졌다.
이보미. 스포츠동아DB
지칠 대로 지쳐있던 이보미에게 다시 힘을 불어 넣어준 건 ‘긍정’ 그리고 조범수 코치가 건넨 한 인터뷰 기사였다.
이보미는 “많이 힘들었지만 마음을 편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기다리면 다시 기회가 올 수 있고 혹시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조급해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마음을 비웠다. 스스로를 최고가 아닌 최고를 향한 선수라고 몸은 낮춘 것도 빨리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됐다.
“솔직히 나는 1등은 아니다. 그래봐야 세계랭킹 15위의 선수다. 아직 더 올라가야 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편해졌고 다시 우승이 찾아왔다.”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며 한숨을 몰아쉰 그는 “체력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시즌 중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다보니 멘털(정신력)로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 겨울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 확실해졌다”고 돌아봤다.
이보미는 골프선수로 ‘행복’을 꿈꾼다. JLPGA 투어 2년 연속 상금왕으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행복한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더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