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은 지역 스포츠과학센터를 통해 국가대표를 넘어 전국의 초·중·고 학생선수들 및 실업선수들 모두를 대상으로 스포츠과학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 | KISS
■ 스포츠과학, 지역밀착 시대를 열다
1. KISS 지역 스포츠과학센터
스포츠과학센터 2018년까지 17곳
기초체력측정부터 심리상담까지
국가대표급 밀착지원 인프라 구축
‘스포츠과학’은 더 이상 국가대표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은 지난 36년간 양궁, 체조, 수영 등 각 종목의 국가대표선수들을 대상으로 스포츠과학을 활용한 체계적 훈련을 지원하면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해왔다. 2015년부터는 전국 각지에 지역 스포츠과학센터를 개설해 지역별 다양한 연령층의 선수들까지 스포츠과학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만들었다.
지역 스포츠과학센터는 전국의 초·중·고 학생선수들 및 실업선수들 모두가 스포츠과학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가교 역할을 한다. 이제는 전국 시도체육회에 등록된 전 연령의 선수들도 지역 스포츠과학센터를 통해 국가대표가 되어야만 받을 수 있었던 스포츠과학에 기반 한 체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15년 서울, 대전, 광주 등 3개 지역에서 사업을 시작해 2016년 대구, 경기, 전북에도 추가로 센터를 개소했다. 2018년까지 전국 17개 시도체육회에 지역 스포츠과학센터를 열어 소외된 지역 없이 스포츠과학을 지원받도록 할 계획이다.
지역 스포츠과학센터의 역할은 스포츠과학 지원의 범위를 국가대표선수들에서 지역선수들로 확대해 한국스포츠 전반의 능력치를 상향평준화하고, 전국 스포츠 인프라의 균형발전을 이끄는 것이다. 각 지역의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이른 시기부터 밀착 관리함으로써,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26·은퇴)와 같은 세계적 선수로 양성하는 한편 지역 선수들의 전반적인 경기력을 향상시켜 우수선수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동계스포츠와 같이 선수가 부족한 특정종목들의 경우에도 과학적 지원을 통해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 기초체력측정부터 심리·진로상담까지
각 지역 스포츠과학센터는 선수들의 역량 발휘를 돕기 위해 기초체력측정부터 심리상담까지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각 센터에는 30여 가지의 최신식 체력측정장비가 구비돼 있는데, 이를 통해 선수별 신체발달 정도와 부족한 신체기능 등을 파악하고, 저마다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해준다. 이외에도 현장밀착지원을 통해 훈련영상을 직접 분석해주고, 스포츠과학교실을 열어 종목별 기본지식과 영양, 심리 등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는 등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스포츠계에선 심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남자 펜싱의 박상영(21·한체대)은 스스로에게 “할 수 있다”고 속삭이며 불리한 상황을 뒤집고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역 스포츠과학센터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해 개별적 성향과 불안요소 등을 파악하고 자기암시, 루틴과 같은 심리훈련을 통해 성적 향상을 돕고 있다. 또 체력측정을 통해 파악된 개개인의 능력치를 바탕으로 선수별 적합한 종목과 포지션을 제안하는 등 선수 진로에 관한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서울센터 김남영 선임연구원은 “엘리트 양성뿐만 아니라, 한 아이가 운동을 매개로 긍정적이고 심신이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스포츠과학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과학의 진짜 힘은 충분한 데이터에서 나온다. 그런 점에서 이제 막 시작단계인 지역 스포츠과학센터로선 자료 취득이 최우선 과제다. 매년 센터에서 꾸준히 측정해온 선수가 향후 국가대표로 성장하는 경우, 그 변화과정에 대한 모든 자료는 그 뒤를 잇는 선수들에게 소중한 기준 자료가 된다. 이런 데이터가 꾸준히 축적될수록 스포츠과학센터는 단순히 선수들에게 기초체력을 측정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심층적이고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또 스포츠과학이 생소한 지역 체육인들에게는 실제 경험을 통해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각 센터가 지원하는 체력측정 또는 영상분석 서비스에 적극적 관심을 갖는 지도자가 있는 반면, 이미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수들을 지도해왔던 지도자의 경우 스포츠과학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의 시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KISS 관계자는 “국가대표 출신 등 스포츠과학의 지원을 받아본 지도자의 경우 필요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데, 그렇지 않는 분들도 있다. 아마 3∼5년 사이에는 지도자들이 먼저 나서서 센터를 이용하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