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원종현. 스포츠동아DB
“어렸을 때 국가대표가 꿈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정말 될 줄 몰랐어요. 생각도 못했던 일이라 얼떨떨한데 기분은 좋네요.”
NC 원종현(29)은 어릴 적 “나는 앞으로 야구국가대표가 되겠다”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다니던 꿈 많던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 꿈이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의 높은 순위로 LG에 입단했지만 팔꿈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 후 복귀한 그를 기다린 것은 방출 통보였다. 평생 야구밖에 몰랐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자비를 털어 수술을 받았고, 홀로 긴 재활에 돌입했다.
노력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던가. 원종현은 2011년 신생팀 NC와 만나면서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2014년 프로 데뷔 이후 무려 9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고, 실력 하나로 필승조 자리를 꿰찼다. 그해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던진 시속 155㎞의 공은 어떤 순간에도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상징’이 됐다.
원종현은 불과 1년 만에 팀으로 돌아와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복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필승조로 승격됐고, 54경기 70.2이닝을 소화했고, 3승3패, 방어율 3.18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올 시즌 활약 덕분에 꿈에서만 그렸던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원종현은 “병을 앓고 나서 마인드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조그마한 일에도 감사하게 되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랬더니 이렇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솔직히 국가대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뽑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경사는 태극마크뿐만 아니다. 원종현은 12월10일 백년가약을 맺는다.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공을 던지게 됐다. 그는 “지금은 몸을 회복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앞으로 조금씩 단계를 끌어올려서 몸을 잘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대회에서 경험 많은 선수들과 함께 뛰며 많이 배우고 마운드에 올라가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 시즌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데 보탬이 되고 국가대표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