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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채찍파’ vs ‘당근파’

입력 | 2016-11-22 03:00:00

트럼프 경제팀 내부 노선싸움… 채찍파, 對中 보복관세 등 주장
당근파, 감세-규제완화 강조… 세션스가 이끄는 채찍파 일단 우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팀이 ‘채찍파’와 ‘당근파’로 나뉘어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보도했다.

 채찍파는 미국에 적자를 안기는 중국 등에 보복관세 같은 무역제재를 가하고 외국에 사업장을 옮기는 기업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세력이다. 당근파는 감세와 재정 부양, 규제 완화를 통해 자연스레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정통적 공화당 노선에 충실한 세력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런 양 세력의 대결을 ‘제로섬학파냐 공급학파냐’로 바라보고 있다. 제로섬학파는 한쪽의 이익은 반대편의 손실을 가져온다는 관점을 지녔고, 공급학파는 생산요소 투입을 늘리면 자연스레 경제가 살아난다고 보는 쪽이다.

 채찍파의 거두로는 최근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의 실세로 떠오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70)이 꼽힌다. 오랜 세월 무역규제와 이민 조건 강화를 주장해 온 인물이다. 그의 공보실장 출신인 스티븐 밀러는 인수위 국내정책국장을 맡고 있다. 피터 나바로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교수(67)와 월가 억만장자 투자자인 윌버 로스(78), 철강회사 회장 출신인 댄 디미코(66)도 채찍파로 꼽힌다. 모두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부처 입각이 유력하다.

 당근파의 대부로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67)이 꼽힌다. 인디애나 주지사 시절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했다가 트럼프로부터 부통령 출마 제의를 받고 이를 철회했다. 재무장관 후보로 거명되는 스티븐 므누신(54)도 당근파일 가능성이 크다. 펜스가 국무장관 후보로 밀고 있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지지자였고 월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이다.

 WSJ는 양 파벌 중 어떤 세력이 재무장관, 상무장관, 또 대통령 직속의 경제정책 최고결정기구인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최고 고문기구인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임명되는지에 따라 트럼프노믹스의 방향을 점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WSJ의 현재 판세 분석은 채찍파에 더 유리하다. 트럼프는 대선 운동 마지막 몇 주 동안 채찍파에 경도된 발언을 계속해 왔다. 올 초부터 트럼프 캠프의 경제브레인으로 참여한 나바로 교수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나바로 교수는 2008년 ‘다가오는 중국 전쟁’, 2015년 ‘웅크린 호랑이: 중국 군사화가 세계에 끼치는 의미’ 등의 저술을 통해 중국의 무역과 노동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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