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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용인’ 되살아나는 난개발 악몽

입력 | 2016-11-22 03:00:00

기흥역세권 1, 2지구 8000채… 주민편의-기반시설 없이 개발
보정동 GTX역세권도 상황 비슷… “더 늦기전에 공영개발 필요” 지적




 

경기 용인시 기흥역세권 개발 현장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먼저 개발이 시작된 1지구에서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바로 옆 녹지와 공장 부지(2지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약 2만 명이 거주하게 되지만 주민편의시설과 기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도시공사 제공

21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기흥역세권 개발 현장. 옛 녹십자 터를 포함해 25만 m² 규모의 땅(1지구)에서 고층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내년 11월 260채를 시작으로 2018년 말까지 아파트 총 5100채가 들어선다. 바로 옆 9만3000여 m²(2지구)의 녹지에는 2600여 채 규모의 아파트 건축허가가 추진 중이다. 두 곳의 개발이 모두 끝나면 약 8000가구 2만여 명이 입주하게 된다. 도시 지역 1개 동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러나 새로 조성되는 기반시설은 신갈우회도로 접속도로와 어린이공원이 전부다. 스포츠시설이나 도서관, 수련관 등 문화복지시설 건립 계획은 전무하다.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불을 보듯 뻔한 실정이다.

 용인 지역에 다시 난개발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과거 용인시는 대한민국 난개발의 대명사나 다름없었다. 1990년대 중반 준농림지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약 10년에 걸쳐 임야와 논밭 사이로 나홀로 아파트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도로와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교통망도 턱없이 부족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부랴부랴 광역교통 대책을 마련했고, 용인시는 뒤늦게 선계획 후개발 원칙을 세웠다. 혹독한 성장통을 거쳐 도시기반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용인시는 올해 인구 100만 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체계적 개발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사이 제2의 난개발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기흥역세권에서 약 2.5km 떨어진 기흥구 보정동 광역급행철도(GTX·화성 동탄∼서울 삼성) 용인역세권 일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보정1구역(19만 m²)과 보정3구역(10만8000m²)은 구역지정고시까지 이뤄진 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이 일대가 개발 가능 지역과 녹지, 기존 주택 및 상가 등이 섞여 있어 현재 상태로라면 난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화성시 동탄2신도시와 인접한 용인시 남사면 일대 남사지구도 막개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초 2007년 지구 지정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570만 m² 규모의 신도시를 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LH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민간 개발 추진이 가능해졌다. 현재 15만 m² 규모의 통삼지구 개발이 추진 중이고 주변 3개 지구에서도 나홀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과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기반시설에 편승해 편법 개발이 난무했던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일대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더 늦기 전에 기반시설과 주민편의시설을 충분히 반영한 공영 개발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54)는 “일정 규모 이상을 개발할 때는 개발이익을 해당 지구에 재투입하는 공영 개발 방식이 적합하다”며 “첨단기업도 함께 유치해 도시의 균형 개발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해길 용인시 도시계획과장은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역을 현재 수립 중인 2035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해 개별 개발을 묶고 공영 개발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