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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중국의 한류 금지령

입력 | 2016-11-22 03:00:00


 중국에서 한류 스타가 등장하는 드라마 광고 영화를 방영 금지시키는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이 본격화할 모양이다. 7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 결정 발표 뒤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 김우빈과 수지 팬 사인회가 돌연 취소되는 1차 금지령이 있었다. 이번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가서명을 계기로 중국 당국이 한류를 전면 차단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다.

 ▷중국 연예매체에 따르면 한한령은 공식 문건도 없이 은밀하게 진행된다. 김우빈 사인회 취소 때도 주최 측은 인터넷에 ‘불가항력적인 이유’라고 밝혔을 뿐이다. 하지만 중국 누리꾼들은 금방 ‘사드 때문’이라고 알아듣고 “광전총국, 잘했다” 응원을 했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중국의 방송·영화·광고 등을 관할하는 장관급 부처인데 방송사 관계자들을 불러 한류 콘텐츠 수입과 합작 금지 등을 하달했다는 소식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도 “한국 스타가 출연하는 모든 광고 방송을 금지하라는 상부 통지를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중국 시장의 비중이 큰 엔터테인먼트와 화장품 관련주는 어제 동반 하락세를 보이는 직격탄을 맞았다. 물론 한류 관련 적잖은 행사들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어 한한령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산 스마트폰 광고에서 송중기가 하차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소속사는 부인했다.

 ▷광복 이후 국내에서 전면 금지됐던 일본의 대중문화는 1998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이 이뤄졌다. 공식적으로는 빗장을 닫아걸었지만 일본 가요와 만화 등은 슬금슬금 한국 사회에 파고들었다. 중국 정부가 한류 콘텐츠 차단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해도 과연 문화 유입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중문화 교류는 양국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길이다. 한한령은 한국에만 타격을 주지 않는다. 다양한 문화 접촉 기회 확대와 문화산업 경쟁력 강화 등 긍정적 효과를 차단한다는 점에서 중국에도 이롭지 않은 선택이다. 세계 2위 경제 규모의 나라로서 ‘속 좁은 거인’이 아니라 대국답게 행동하길 바란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