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첫 신인상-최저 타수상 동시 수상
“언니 축하해요” 마지막까지 최저타수상을 다퉜던 리디아 고(뒤)가 경기 후 전인지와 축하의 포옹을 하고 있다. LPGA 제공
“이것이 베어트로피” 올 시즌 마지막 대회,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의 버디로 최저 타수 1위를 확정지은 전인지가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베어트로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밝게 웃고 있다. 전인지는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38년 만에 신인왕과 베어트로피를 동시에 차지했다. LPGA 제공
21일 끝난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스포트라이트는 우승자가 아니라 7위로 대회를 마친 전인지에게 집중됐다. 전인지는 미국 플로리다 주 네이플스의 티뷰런GC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인 이 대회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였다. 시즌 평균 69.583타(72라운드 5010타)를 기록해 69.596타의 리디아 고(94라운드 6542타)를 0.013타 차로 제쳤다. 0.013타는 최근 10년간 가장 적은 타수 차로 지난해 박인비가 리디아 고를 따돌리고 베어트로피를 수상할 때의 0.026타 차에서 더 줄어든 것이다.
전인지를 지도하는 박원 아카데미 원장은 “장갑 벗을 때까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정신력을 갖추는 훈련을 5년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한결같은 스윙 템포와 정교한 퍼팅이 베어트로피 수상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공동 4위(14언더파)로 대회를 마친 세계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올해의 선수, 상금왕(약 255만 달러)을 차지한 데 이어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레이스 투 CME글로브’에서도 1위에 올라 보너스 100만 달러마저 휩쓸었다.
대회 우승은 19언더파를 기록한 찰리 헐(잉글랜드)에게 돌아갔다. 유소연은 16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17번홀 보기로 2타 차 2위에 머물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베어트로피(Vare Trophy)
192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였던 글레나 콜렛 베어를 기려 1953년 제정됐다. 한 시즌 70라운드 이상을 출전한 선수 가운데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가 받는다. 시즌 내내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을 낸 선수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상금왕이나 올해의 선수상보다 더 값진 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국 선수로는 2003년 박세리가 처음 수상한 뒤 박지은 최나연 박인비(2회)가 받았다. 베어트로피 수상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 포인트 1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