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등보다 올림픽 3연패 향해 부담 내려놓고 컨디션 관리에 중점 “편하게 즐기며 천천히 따라갈게요”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여제’로 군림했던 이상화에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다. 이상화는 2013∼2014시즌 출전한 7차례의 월드컵 레이스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2015시즌에는 10번 중 6번, 2015∼2016시즌엔 8번 중 4번을 1등으로 골인했다.
그러나 올 시즌 3차례 레이스에선 모두 고다이라 나오(30·일본)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이상화의 시대가 저무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신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 이상화는 극심한 1등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상화는 지난달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솔직히 계속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심했다. 2등이라도 하면 사람들이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러고는 “앞으로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즐기면서 스케이팅을 하고 싶다. 2등이건 3등이건 그냥 순위권에만 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일 월드컵 1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6위로 주춤했던 이상화는 이튿날 2차 레이스에서 곧바로 은메달을 땄다. 경기 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오히려 지금이 넘나 편하다. 이제야 즐길 수 있겠군! 천천히 천천히 따라갈게잉”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20일 열린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현재로서는 모든 게 이상화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이상화에 대한 걱정일지 모른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