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시집 ‘다시(푸른시인선6)’를 펴낸 장지현 시인. 사진제공=푸른사상사
시인이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간결한 메시지로 ‘위로와 희망’ 노래
■‘다시’/장지현 지음/푸른사상사 펴냄/112쪽/12,800원
‘상실의 시대’라는 말이 요즘처럼 잘 어울릴 때가 있을까. 매일 같이 부조리한 세상의 소식들과 마주하고 있노라면 가슴이 꽉 조여오는 듯한 느낌과 직면하게 된다. 사람들은 지쳤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위로가 절실한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푸른사상사를 통해 펴낸 장 시인의 첫 시집 ‘다시(푸른시인선6)’는 시인이 직접 그린 귀엽고 천진난만한 일러스트와 함께 SNS에 익숙한 바쁜 현대인들의 삶에 어울리듯 짧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형식의 시가 눈에 띄는 작품집이다. 압축된 간결미를 바탕으로 동심의 세계처럼 티 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어와 가락 속에서 상처와 아픔을 이겨내고 다시 새 봄을 꿈꾸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장 시인은 2003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후 2006년 ‘오늘의 동시문학’으로 동시 시인이 됐다. 시인이기도 하고 동시 시인이기도 한 셈인데, 때문에 시인에게 있어서 ‘시’라는 것의 범주가 ‘동시’를 통해 더욱 세목화, 구체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동시 문학이라는 깨끗하고 맑은 순진함의 세계는 체질적으로 시인에게 잘 부합했던 것이다.
시집 ‘다시’에 실린 작품들 역시 대부분 길이가 짧은데 이는 심오함보다는 간결함, 분석보다는 이해, 비판보다는 포용에 가까운 시인의 삶과 세계관이 담긴 시형이라고 볼 수 있다. 어린아이는 장황하게 말하지 않고, 간결하게 핵심을 말한다. 이러한 어린아이의 화법을 닮아 동시는 대개 지나치게 길 필요가 없다. 동시를 쓰고 사랑한 시인의 경력이 드러나듯, 이 시집의 작품들 역시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순수한 세계를 짧은 형식으로 구현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하나씩 품고 살고 있습니다. 그걸 찾아내서 환히 밝힐 수도 아님 그냥 모른 척 숨기고 살 수도 있습니다. 지금 빛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내 안의 별을 그냥 꺼두지 말고 꺼내주세요. 시간이 더디 걸리더라도 꺼낸 별은 언젠가 환히 빛납니다. 다시”
동아닷컴 변주영 기자 realist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