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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의료진의 임상 결정 지원하는 ‘eICU’로 환자 사망률 낮춘다

입력 | 2016-11-23 03:00:00

중환자실 1등급 병원 전국 4% 불과
의사 1명당 담당 중환자 45명 육박
“위급상황 전담 전문의 늘려야”

업계, 효율적 환자관리-지원 등
현실적인 해결방법 모색

활력증후정보-전자의무기록 등
환자의 데이터 기반으로한
상태변화 예측 프로그램 주목




디지털 헬스케어 센터(DHC)에서는 eICU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수의 중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한다. 이 정보를 병원 내 의료진에게 제공해 효율적인 중환자 관리를 돕는다. 필립스 제공

 중환자실은 환자의 생존율과 직결되는 곳이다. 신종플루 유행, 메르스 사태 등을 거치며 중환자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중환자 전담 전문의를 따로 두는 경우 환자의 사망률과 입원기간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환자 위급 상황 시 신속하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는 전담 전문의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우리나라 대다수 병원의 중환자실은 낮은 수가, 부족한 의료 인력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올해 5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종합병원급 이상 263개 병원 중 1등급을 받은 병원 수는 전국에 오직 11곳으로 드러났다. 상급종합병원 43곳 중에서는 겨우 9개 병원만이 1등급 평가를 받았다. 1등급 평가를 받은 병원이 겨우 4.2%에 불과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등급을 획득한 병원들도 선진국 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하위 수준이라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이번 평가로 중환자 전문 의료진 부족 문제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문의 1명당 중환자 병상 수는 평균 44.7병상으로 선진국과 비교해 중환자 전담 인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 병원의 중환자실 시설 및 환자관리 방식의 차이가 크다 보니 동일한 질병을 갖고도 어느 병원에 입원하느냐에 따라 예후와 사망률에 차이가 있었다. 

브라이언 로즌펠드 박사는 16일 국내에서 열린 eICU 관련 국제 심포지엄에 연사로 참가해 eICU 프로그램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필립스 제공



의료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배치해야”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와 신종플루, 메르스 등의 감염병을 겪으면서 중환자실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깊이 공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환자실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언제라도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는 중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숙련된 전문의를 병원마다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낮은 의료 수가와 부족한 전문 의료 인력으로 시달리는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병원마다 중환자 전문의를 배치하는 것이 요원한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기존의 중환자실 운영 개선 및 효율적인 환자 관리를 지원하고 보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솔루션을 모색해 왔다.

 그 성과로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효율적인 중환자 관리를 돕는 eICU(Electronic Intensive Care Unit·전자중환자실)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중환자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eICU


 eICU 프로그램은 의료진의 임상 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중환자의 활력 증후 정보, 전자의무기록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의 상태 변화를 예측하고 중증 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준다.

 eICU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1명의 중환자 전문의, 2∼3명의 중환자 전문 간호사,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이뤄진 소수의 전문 인력이 다수의 중환자 상태를 곧바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렇게 구성된 팀은 병원의 중환자실과 별도로 마련된 디지털 헬스케어 센터에서 환자의 증후와 EMR(전자의무기록)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상태가 악화된 환자 또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 등의 정보를 중환자 병동을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전달한다. 이로써 병원 내 의료진이 치료, 진단 등의 단계에서 보다 빠르고 정확한 임상적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eICU는 작년 여름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환자들을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미 15년 전부터 eICU 프로그램을 사용해온 미국의 수많은 병원들은 이 프로그램이 병원 내 중환자 담당 의료진의 환자 관리를 도와 중환자 입원 기간은 20%, 중환자 사망률은 26%가량 감소했다는 결과를 JAMA와 CHEST에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중환자를 관리하는 효율적인 대안으로 eICU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달 16일에는 국내 최초 eICU 관련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연사로 참가한 필립스 H2H(Hospital to Hospital) 사업부 부사장 겸 최고 의료 책임자, 브라이언 로즌펠드 박사는 “중환자 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관리할 중환자 전문의와 전문 간호 인력은 세계 어느 나라든 부족한 현실이다”라며 “eICU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중환자가 어느 지역의 병원에 있든지 관계없이 효율적인 중환자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