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혁의 B급 살롱
지금 극장가에는 두 영화가 주목 받는다. 한 영화는 포스터에 쓰인 문구가, 또 한 영화는 인물이다. 두 영화 모두 개봉 시기 때문이다.
“기막힌 이야기 좀 써봐.” 소설 수업을 들었을 때의 일이다. 누군가 이야기의 힘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써보라고 나무랐다. 그의 말에 수긍했다. 사람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니까. 분명하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새로운 이야기만이 사람들을 주목시킬 수 있다. 소설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나 만화도 그렇다. 다른 세상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 상상력을 더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야기. 그러니까 ‘뻥’을 그럴듯하게 잘 치는 것은 작가의 능력 중 하나인 셈이다.
비교적 자본 규모가 큰 영화나 드라마 분야는 이러한 ‘뻥’을 흥미롭고 재미있게 치기 위한 기획 단계를 거친다. “아, 이 정도 ‘뻥’이면 많은 관객을 끌 수 있을 것 같군요.” 제작자가 오케이를 하면 투자가 이뤄지고, 구체적인 스토리보드 제작이 시작된다. 지난 주 방영된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은 상상력에 박수쳐주고 싶은 드라마다. 상상의 뿌리는 명확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담집인 어우야담의 인어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요즘 극장가에는 두 영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영화는 거대한 사건을 소재로 삼았고, 다른 영화는 실제 인물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쫓았다. 그리고 두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작금의 현실이다.
표어가 걸림돌. 영화 ‘마스터’
영화 ‘마스터’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됐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대한민국에서 각 세대를 대표하는 가장 뜨거운 배우 셋이 뭉쳤다. 세 배우의 조합만으로도 이 영화의 화제성은 충분하다. 게다가 사건의 규모도 거대하다. 조 단위 천문학적 액수의 사기사건이 배경이다. 사기범을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사기범의 브레인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다. 당연히 통쾌한 복수극과 반전의 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 강동원은 지능범죄수사팀장을 연기했고, 이병헌은 정관계를 넘나드는 네트워크를 가진 희대의 사기꾼을, 그리고 김우빈은 이 둘 사이를 오가는 브레인을 맡았다.
물론 포스터의 표어와 소재만으로 영화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꽤 잘 만들어진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배우들의 연기력, 화려한 영상미 등으로 ‘마스터’는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 영화 ‘마스터’가 개봉 전에 부딪친 것은 영화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닌 시기에 대한 문제다. 영화보다 더 거대한 게이트를 현실에서 마주한 관객들이 영화의 소재에 동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다시 주목 받는 가치.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
‘무현, 두 도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의 제목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서 따왔다. 소설의 두 도시가 파리와 런던이라면,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배경은 부산과 여수다.
조진혁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에디터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가 나올 수 있던 이유는 분명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대중이 많아지고 참여정부에 대한 그리움이 사회 전반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시국이 과거의 정부를 불러왔고, 16년 전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들었다. 한 달 가까이 상영 중인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잔잔한 행보를 보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앞으로 나아갈 ‘기막힌 상상력’만이 아니란 것을 느끼게 된다.
조진혁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에디터 radioplayer@naver.com
*사춘기 이전부터 대중문화에 심취했다. 어른이 되면 고급문화에 심취할 줄 알았는데, 더 자극적인 대중문화만 찾게 되더라. 현재는 인터넷 문화와 B급 문화뽕까지 두루 맞은 상태로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