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시흥캠퍼스 조성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공개토론을 벌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번 공개토론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조성 반대를 내세우며 행정관(본관)을 점거한 지 44일째를 맞는 가운데 성 총장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련했다.
22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시흥캠퍼스 긴급 토론회.' 성 총장은 "(학생들과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다시 점거해도 좋으니 점거를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학생들의 사과 요구에 유감 표명만 해왔던 성 총장은 이 자리에서 "학내 구성원과 의사소통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성 총장은 학생들이 요구하는 실시협약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시흥캠퍼스 논의는 2007년 이미 시작돼 (실시협약 철회는) 내 권한 밖의 문제"라면서 학생들을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 참여시키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시흥캠퍼스가 기숙형 대학(RC)이나 학부생 교육 캠퍼스로 전락할 것이란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거듭 부인했다.
교수들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는 불가능한 상황이니 학생들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환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실시협약 철회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학생들이 추진위에 참가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흥식 교수협의회장도 "총장이 추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점에서 문제가 시작됐다"면서 "학내 5단체와 총장이 참여하는 정례회의를 통해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 총장과 학생, 교수 등은 예정된 2시간을 40여 분 넘겨가며 격론을 벌였지만 점거 사태에 대한 해법을 내지는 못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