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합의 어겨” 제소… 매각 가격 놓고 줄다리기 벌여
한진해운의 채권은행 중 한 곳인 KEB하나은행이 선박 매각 문제로 영국 선주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한진해운이 사실상 청산에 들어가면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선주회사인 ‘이스턴 퍼시픽 시핑(EPS)’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하나은행이 우리와의 합의를 저버려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EPS에 매각하기로 했던 ‘MV 한진 케이프 램버트호’를 ‘캐피털 매리타임 앤드 트레이딩’에 매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EPS는 “이에 대해 18일 영국 런던 고등법원의 야간 법정으로부터 매도 중지 및 동결 결정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영국 선주사가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보도자료를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해당 선박은 17만9147DWT(재화중량톤수) 규모의 벌크선으로, 당초 한진해운 소유였지만 한진해운이 돈을 갚지 못해 하나은행에 소유권이 넘어갔다. EPS 측은 “이달 10∼14일 진행된 협의를 통해 매각 협상이 이뤄졌는데도 제3자에게 배를 매각하려는 것은 국제적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이며 충격적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한진해운은 미주 노선을 SM그룹의 대한해운에 370억 원에 매각하기로 하고 본계약을 맺었다. 대한해운이 내년 1월 7일까지 대금을 지급하면 미주 노선을 완전히 인수하게 된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