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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역대 국수전 우승 결정국… 생과 사의 찰나

입력 | 2016-11-23 03:00:00

○ 최철한 9단 ● 조한승 9단
55기 도전 5국 9보(91∼99)




 그야말로 나뭇잎 하나 없이 빼빼 마른 나뭇가지 신세였던 백 중앙 대마가 백 ○로 인해 물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곳은 흑이 차지했어야 정상인데 전보에서 흑의 느슨한 수 때문에 백에게 돌아왔다.

 흑 93으로 보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참고도 흑 1로 잡으러 가면 백 2∼6으로 천지대패가 난다. 우변에서 백이 살자고 하는 팻감이 부지기수여서 흑이 곤란한 모양이다.

 백 94, 96이 단순 응수타진인 것 같지만 백 대마의 삶과 연관이 있다. 흑의 포위망에 흠집을 남기면서 백의 안형을 확보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물론 흑 99로 외부로의 탈출로는 확실히 차단됐다.

 얼핏 봐서 백이 중앙에서 두 집을 내는 것이 쉽게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하지만 최철한 9단은 백 ○ 이후로는 살아가는 수를 봐둔 듯 자신감 넘치게 돌을 내려놨다.

 생사가 갈리는 순간은 찰나와도 같아서 빈사 상태였던 백이 이젠 보따리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을 듯한 태세다. 백이 중앙에서 손을 세 번이나 빼고 우하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흑의 중앙 백 공격은 대실패라고 할 수 있다. 형세 역전까진 아닌 게 다행이다. 이젠 백이 어떻게 두 집 내고 살아가는지를 한번 지켜보자.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