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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남경필·김용태 탈당… 보수의 가치 대표할 정당 나와라

입력 | 2016-11-23 00:00:00


 새누리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국정 농단’ 공범 의혹과 친박(친박근혜)계 당 지도부의 사퇴 거부를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남 지사가 회견문에서 밝힌 대로 정당이 박 대통령이나 친박 세력의 사익(私益)을 위해 존재한다면 새누리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김 의원도 “진정한 보수의 중심을 세워 헌정 질서 복원의 로드맵을 만드는 데 나서겠다”고 말해 보수 신당 창당 의지를 밝혔다.

 이들의 탈당이 분당(分黨) 사태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웰빙 정당’ 보수 정당에서 탈당은 1997년 이인제 전 의원의 국민신당 때 8명의 집단 탈당이 최대 규모였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주장해온 나경원 원유철 등 중진 의원 6명은 오늘 비대위원장 후보를 정해 이정현 대표에게 추천하기로 했고, 비박(비박근혜)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 최경환 의원이 물밑 접촉을 통해 비대위 구성에 합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라며 찍어냈던 유승민 의원도 ‘당내 개혁’을 강조했다. 이제 이 대표 주장대로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까지 친박 지도부를 유지하는 것은 물 건너갔지만 비대위가 나온대도 4·13총선 참패 뒤 숱하게 시도했다가 ‘도로 친박당’으로 돼버린 전철을 반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분명한 것은 새누리당 간판으로는 더 이상 대선이나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최순실 사태로 새누리당은 ‘보수=부패한 기득권’으로 낙인찍히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굳건한 안보와 도덕성 등 보수적 가치를 지닌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처지가 됐다. 남 지사와 김 의원의 ‘선도 탈당’으로 새누리당이 쪼개지느냐 마느냐는 보통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 건국에서부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온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면서 핵·미사일로 위협하는 북한으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보호할 제대로 된 보수 정당이 필요할 뿐이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더 이상 특정 인물에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 보수적 가치와 이념을 중심축으로 삼지 않고 친박이니 친이(친이명박)니 유력 대선 주자를 중심으로 뭉쳐서는 결국 사당화(私黨化)와 인치(人治)를 벗어날 수 없다. 지금도 친박은 대통령 탄핵이 ‘정치적 패륜’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비박은 이들이 ‘박근혜 광신도’라고 비판한다. 친박은 한국 정당사상 처음 박근혜라는 특정인의 이름을 앞세워 정당을 조직하고, 군신(君臣)관계 같은 당청관계의 퇴행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치집단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청와대와 친박 핵심의 눈치를 보며 친박의 테두리에 묶인 이른바 ‘범박(汎朴·범박근혜)’ 의원들도 다음 주로 예상되는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점으로 나라의 미래를 택할지, 퇴행하는 집단을 택할지 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