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김보름. 스포츠동아DB
한국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간판 김보름(23·강원도청)을 보면 가장 먼저 노랗게 물든 머리카락에 눈길이 간다. 작고 귀여운 얼굴에 꽤 잘 어울리는 색상이었지만, 사실 노란 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진짜 이유가 있다.
김보름은 원래 쇼트트랙 선수였다. 그러나 쇼트트랙 강국 한국에서는 국가대표가 되는 게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어려웠다. 결국 그는 이승훈(28·대한항공)의 성공사례를 보고 용기를 내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향했다.
김보름의 선택을 옳았다. 그는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은메달을 따면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국가대표로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기록경기인 스피드스케이팅과 추월의 재미가 있는 쇼트트랙 요소를 더한 매스스타트에서 강자로 떠올랐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김보름도 “한때 긴 슬럼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아무리 뛰어도 기록이 나오지 않자 기분 전환 차원에서 머리를 염색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자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슬럼프에서 탈출하게 된 것이다. 2차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그는 “처음에는 그냥 해본 염색이었는데 결과가 좋다보니까 계속 이 스타일을 유지하게 됐다”며 “검은색 머리가 많이 나와서 다시 염색을 하러 가야한다”고 수줍게 웃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