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잃은 與, 탈당 둑 터졌다

남경필-김용태 새누리 첫 탈당 “朴대통령-친박, 파렴치의 극치… 탄핵 가결 앞장… 헌정질서 복원”
비박 연쇄이탈땐 정계개편 태풍

새누리당 밖으로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와 김용태 의원이 22일 ‘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처음으로 새누리당 탈당을 선언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 김 의원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일파를 단죄해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은 새누리당에서 22일 탈당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내 3선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를 향해 “구시대의 망령” “파렴치의 극치”라고 비판한 뒤 탈당을 선언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박 대통령이 검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지 이틀 만이다.

　남 지사는 “헌법의 가치를 파괴하고 실정법을 위반하며 사익을 탐한 대통령이라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을 되찾아올 수밖에 없다”며 “저는 오늘 생명이 다한 새누리당을 역사의 뒷전으로 밀어내고자 한다”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김 의원은 “공화국의 헌법은 유린되고 국민의 믿음은 부서졌다”며 “진정한 보수의 중심을 세워 헌정 질서 복원의 로드맵을 만드는 데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탈당을 시작으로 새누리당이 분당(分黨)될 경우 여권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년 대선 구도가 ‘일여다야(一與多野)’에서 다양한 세력 간 합종연횡으로 큰 변화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와 김 의원은 1차 목표로 탄핵 가결 인원 확보를 내세웠다.

　하지만 탈당파가 국회 내에서 발언권을 갖는 원내교섭단체(20명) 이상에 이르지 못하면 ‘소리 없는 아우성’에 그칠 수도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의 핵심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이들의 탈당을 두고 “새로운 당으로 만들 수 없다는 좌절감을 갖고 탈당하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자신의 탈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유승민 의원도 “일단 당에 남아 (내부)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 황영철 의원은 “새누리당의 혁신과 건강한 보수세력의 대변자로 큰 역할을 한 일꾼들이 당을 떠난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친박 지도부의 사퇴만이 탈당과 분당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정현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당 대표로서 오늘은 슬픈 날”이라며 “(비주류가 제시한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문제를) 다시 논의해 보자고 제안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조기 사퇴와 비대위 체제 수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최순실 특검법 공포안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안을 재가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