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총매출 ‘―3.2%’ 2년째 감소… 低유가 덕에 순이익은 16% 늘어
불황속 R&D 투자비 10% 첫 감축
한국 경제가 만성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총매출이 2년 연속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들이 경기 불황 속에서 연구개발(R&D) 투자비를 10% 이상 삭감하며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의 파이가 축소되면서 ‘배가 고파도 내년에 심을 종자는 남겨둔다’는 격언이 무색해진 것이다.
22일 통계청의 기업활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50인 이상, 자본금 3억 원 이상인 국내 기업(1만2460곳)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215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3.2% 줄었다. 총 매출액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2014년(―1.1%)에 처음 뒷걸음친 데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감소했다.
매출액이 줄어든 상황에서 기업들의 순이익(109조 원)은 전년보다 16.0% 늘어났다. 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 남는 순이익(50.4원)이 1년 전보다 8.4원 증가한 것이다. 강유경 통계청 경제통계기획과장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원가가 낮아져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술력 상승이나 경영 효율 개선과는 무관하게 유가에 따라 수익이 좌우되는 ‘천수답 구조’라는 뜻이다.
매출은 감소하는데 순이익이 증가하는 불안한 흑자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축소 경영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체 기업의 R&D 투자비(39조2000억 원)는 전년보다 10.1% 줄며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따른 교역 축소로 내년에도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을 추진하며 기업의 불확실성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는 한 R&D 투자를 줄이며 버티기에 나서는 구조는 바뀌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