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작년 R&D투자 사상 첫 감소
대통령-총리 없이… 경제부총리가 국무회의 주재 기업 매출액이 2년 연속 감소하는 등 경기 부진이 심화하고 있지만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리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연구개발비 첫 마이너스 전환
매출보다 더 우려되는 분야는 연구개발비다. 국내 기업의 연구개발비는 매년 10% 내외로 증가하다 2014년 증가 폭이 2%로 뚝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결국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연구개발(R&D)은 기업이 지속 성장을 위해 하는 투자 행위다. 연구개발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들의 미래 투자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연구개발비 감소와 함께 R&D에 비용을 지출한 기업 수도 전년(6224개)보다 5.6% 감소한 5874개에 그쳤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먹거리가 많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 정부가 축소했던 R&D 투자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예산·세법 최순실 ‘불똥’
이처럼 경기 불안이 심화되고 있지만 정부 정책과 예산은 최순실 게이트란 ‘암초’를 만나 좌초하는 분위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초반만 해도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등 이른바 최순실·차은택 예산을 삭감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나라살림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기본적 연구조차 가로막고 있다.
7400만 원을 들여 KDI가 추진하려던 ‘정책금융 개선 방안’ 마련 사업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해야 할 사업”으로 분류돼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체육·문화 관련 세법들에도 제동이 걸렸다. 장애인 운동경기부를 만든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전까지만 해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장애인 체육활동 지원이란 명분도 충분했다. 하지만 일부 야당 의원이 “(스포츠계 관련 법안이라) 최순실법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 제작 비용에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법안 역시 ‘차은택법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통과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함에도 단지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체육·문화 관련 법안들이 대거 폐기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