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민주, 실무준비단 출범… 산 넘어 산 200명 탄핵 정족수 딜레마 정진석 “탄핵 논의와 동의는 별개 ”野 “비박 29명 넘어 40명 확보해야” 헌재, 또 하나의 산 일각 “박한철 소장 퇴임전에 끝내자” 송두환 前재판관 “가능할지 의문”
더불어민주당이 22일 탄핵 추진 실무준비단을 출범시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마련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탄핵 정족수(재적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 확보를 위한 새누리당 의원 ‘포섭’ 작업에 돌입했다. 야당 일각에선 탄핵소추안 표결을 ‘무기명’이 아닌 ‘기명’으로 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대통령 탄핵 시계’가 점점 빨라지는 분위기다.
○ 탄핵 최종 변수, ‘의원 200명’
민주당 탄핵 추진 실무준비단은 23일 오전 첫 실무회의를 열어 탄핵안 초안 작성 작업을 시작한다. 단장인 이춘석 의원은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탄핵안 발의 시점은 여야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에 달렸지만 법리 검토는 빨리 마쳐야 한다”며 “다음 주까지 탄핵소추안 초안 검토를 마쳐야 하고 탄핵안이 발의되면 연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탄핵안 처리의 1차 관문이자 변수는 ‘탄핵 정족수 확보’다. 야당 및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은 171명. 적어도 29명의 새누리당 ‘반란표’가 필요하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야권 내 이탈표까지 감안하면 40명은 확보해야 안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탄핵 정족수만 확보되면 내일이라도 발의한다”고 한 것은 뒤집어 보면 탄핵 정족수 채우기가 만만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날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도 탄핵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탄핵 찬성 의원 명단 공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안에 구두로 찬성한다고 해도 무기명 투표로 이뤄지는 표결에서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지 않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탄핵안 발의 때부터 여당 의원 참여 △탄핵 찬성 의원 명단 공개 등의 방법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솔직히 비박계의 집단 탈당을 바라는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탄핵안 표결을 기명 투표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국회법은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돼 있다. 김 의원은 “기명(투표)으로 바꿔 국민이 어떤 국회의원이 민의를 대변했는지, 알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 발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탄핵안 표결이) 무기명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더 많이 찬성할 수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이후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걸릴 시간을 놓고도 야권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기간이 오래 걸리면 사실상 박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해 주는 셈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국회 ‘박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임기를 마치는 1월 31일 전에 심사를 끝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탄핵 절차를 빨리 진행하면 1월 말에 인용 결정이 나고 (2개월 뒤인) 3월 31일 대선을 치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토론자로 나선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은 “헌재 심리가 훈시 규정에 따른 180일을 넘길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도 “피청구인 답변 기간, 공개변론, 헌재 연구관 연구, 재판관 검토 등을 감안하면 내년 3월 말 전 결론이 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실무추진단장인 이 의원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심리만 7번을 했으니 이번엔 10번은 해야 할 것이고 그러면 적어도 4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청와대가 그런 점을 다 검토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재 심판 과정에서 탄핵소추위원을 맡게 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도 “아무리 빨라도 4∼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은 국회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나는 국회법을 준수하겠다”며 ‘여당 의원으로서 소추위원 역할을 방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일축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