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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라인 동갑내기 친구, ‘연인’으로 한 무대 서다

입력 | 2016-11-23 03:00:00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주연 문근영 - 박정민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두 주인공 문근영(왼쪽)과 박정민. 이들은 대본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즐길 정도로 작품에 흠뻑 빠져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29세 동갑내기 배우 문근영과 박정민이 올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으로 무대에 선다. 줄리엣 역의 대명사인 배우 올리비아 허시처럼 변신한 문근영과 영화 ‘동주’,드라마 ‘안투라지’에서 인상적 연기를 선보인 박정민을 1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에서 만났다. 》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변신한 박정민(왼쪽)과 문근영 콘셉트 사진. 샘컴퍼니 제공

 문근영에게 이번 작품은 특별하다. 2010년 연극 ‘클로저’ 이후 6년 만에 서는 연극 무대이기 때문이다. 문근영은 연극이 자신에게 가장 많은 자극을 주는 장르라고 했다. 그는 “배우로서 한계를 느끼던 시점에 다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들어 이번 연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문근영에겐 10년 넘게 ‘국민 여동생’이란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그에겐 양날의 검 같은 표현이다. “특정한 수식어로 각인되는 배우보다는 좋은 작품 속에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문근영은 상대역이 동갑내기 박정민이라고 해서 주저 없이 출연을 결심했다. 두 사람은 천우희, 류덕환 등 동갑내기 배우와 함께 만든 ‘87라인’ 모임의 멤버이다. 무대 밖에선 친구지만, 무대 위에선 연인 관계로 호흡을 맞춰야 할 두 배우의 케미(궁합)는 어떨까.

 박정민은 “근영이는 저와 성향이 비슷한 친구이자 연기 선배”라고 말했다. 문근영 역시 “어떤 말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할 몇 단계가 있다면, 정민이와는 그게 덜 필요하다”며 “몇 마디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맞장구쳤다.

 서로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박정민은 “올리비아 허시보다 좀 더 직선적인 에너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문근영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박정민만의 묘한 로미오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로미오’ 역을 제안받았을 때 당황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로미오는 잘생긴 디캐프리오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는 그 정도 외모는 아닌데요, 하하.” 박정민은 12세에 연기자로 데뷔한 문근영에 비해 대학교 때 연기에 입문했다.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했지만, 연기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자퇴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했어요.” 그는 학교 동기와 함께 극단 ‘경’을 만들어 대학로에서 연극을 올리기도 했다. “연극은 배우가 만들어 가야 할 부분이 많아서 언제든 하고 싶은 장르예요.”

 애틋하면서도 안타까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대변할 두 배우의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상대에 따라 제 스스로가 달라졌어요. 몇 번의 연애 과정에서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하곤 했어요. 한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들을 느끼기도 했죠. 사랑 가득한 연애를 하고 싶어요.”(문근영)

 “20대 초반 연애를 게임처럼 했어요. 상대를 이기고 정복하려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차이면 늘 상대에게 진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죠. 이젠 그러지 않으려고요. 하하.”(박정민)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은 12월 9일부터 2017년 1월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3만3000∼6만6000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