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 듯, 심장인 듯… 둘 다인 듯
목탄과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Head’(2004년) 앞에 선 토니 베번 씨. 떨어진 목탄 가루가 캔버스 곳곳에 묻어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위키피디아의 작가 설명 중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집권기에 정부의 문화정책에 저항한 작가”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 대처 정부는 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고 스스로 이윤을 창출해 생존하도록 유도했다. 1999년 한국문화정책개발원(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대처 정부 시절의 영국 예술계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개인과 사회를 위한 예술’은 위축되고 ‘상품으로서의 예술’이 부각됐다. 예술의 본질적 가치보다는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관광 진흥이나 외화 벌이와 연관된 가치가 주목받았다. 기업은 예술 지원을 통한 홍보를 강요받았고, 예술은 기업의 광고 수단이 됐다.”
2004년작 ‘Head’는 꽁꽁 묶여 일그러진 얼굴 모양의 심장을 닮았다. “심장을 그린 건가, 얼굴을 그린 건가” 묻자 그가 답했다.
“얼굴은 사람의 심장을 보여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