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이어 U-20 월드컵 대표팀도 ‘소방수’로 지휘봉 잡아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20세 이하 월드컵이 안방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감독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치러 본 신 감독을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될 때도 ‘긴급 소방수’로 투입돼 팀을 이끌었다. 지난해 2월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고 이광종 감독의 후임으로 올림픽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11개월의 준비 끝에 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을 통과한 뒤 올림픽 본선에서 8강을 달성했다. 축구협회 기술위원인 박경훈 감독은 “월드컵 준비 기간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올림픽을 앞두고 빠르게 팀을 정비해 성과를 낸 경험이 있는 신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술위원회는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이 뛰어난 신 감독이 사령탑 교체로 흔들릴 수 있는 대표팀 분위기를 빠르게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신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치로 있을 때도 지도자와 선수 간의 ‘벽’을 허물었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 때도 빠르게 선수단을 장악한 덕분에 선수들 사이에서 ‘신 감독님의 말만 따르면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호주에서 축구교실을 운영하면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해본 경험이 있어 프로 선수들과는 다른 어린 선수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 감독은 “국가대표팀 코치와 올림픽 대표팀(23세 이하) 감독에서 더 어린 선수들을 맡게 되니 가족이 ‘남들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데, 왜 위에서 밑으로 내려가느냐’고 말하기도 했다”며 “기술위원회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내 능력을 신뢰해준 것이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나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 대표팀 감독으로 국가대표팀 코치를 겸직해 ‘감치(감독+코치)’로 불렸던 신 감독은 20세 이하 월드컵과 국가대표팀 일정이 겹쳐 국가대표팀 코치직은 내려놓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신 감독이 빠진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에 외국인 수석코치 1명과 체력 담당 코치 1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