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가 서울 중구 을지로 사무실에서 책 위에 팔을 얹고 시골학교 도서관 개관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책을 구해 보기 힘든 초등학교 5곳에 ‘맥킨지도서관’을 열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국인 출신으로 세계 굴지의 컨설팅 회사 맥킨지 한국사무소를 이끄는 최원식 대표(48)는 인터뷰 끝 무렵에야 이렇게 말했다. 맥킨지의 공익활동에 대해 계속 물었지만 좀처럼 밝히려 하지 않았다. 직원들의 월급과 임원 강연료 등으로 운영하는 기부와 봉사 사업을 자랑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미국식 사고가 몸에 배어 있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치고 1996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최 대표는 이달 28일 강원 고성군 죽왕초등학교에 ‘맥킨지도서관’을 연다. 그는 “이보다 앞서 국내 초등학교에 도서관 5곳을 열었지만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 변화와 동인, 대응 방안을 담은 이 책에 대해 최 대표는 “미래 사회의 생존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했다. 그는 책에 나온 대로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대처법을 ‘파도 타기’에 비유했다.
“미래 사회의 파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거세질 것입니다. 맞바람을 맞으면서도 가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그래야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죠.”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중국에 추월당했다. 그는 3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중국인 친구의 딸 생일파티에 갔던 일을 떠올렸다. “중국인들이 노래방에서 휴대전화로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원하는 색상과 캐릭터를 넣어 시간에 딱 맞춰 방으로 배달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중국이 이미 디지털과 네트워크의 편의를 한껏 누리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에 대한 총론은 잘 알지만 각론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알파고나 포켓몬 등에 대해 피상적인 반응을 하다가 흘려버린다”고 했다
미래에 대비해서 무엇을 준비할 수 있을까. 그는 우선 영어, 중국어, 코딩 언어를 배울 것을 권유했다. 그래야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 또 무한대로 재생산되고 확산되는 정보 중에 사실 여부를 가리는 판단 능력을 키우는 것도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공익활동에 관한 말문을 열었다.
“요즘에는 고등학생들을 회사로 불러 멘토링을 하거나 시골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짓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파괴적 변화를 겪게 될 미래 사회에서 지도자가 되도록 돕는 일이죠.”
맥킨지의 자선과 기부 사업이 교육과 정보 격차 해소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겨냥할 것이라는 열망이 엿보였다. 그는 “맥킨지도서관을 이용하는 초등학생들이 나에게 영상 편지를 보낼 때 제일 기쁘다”고 말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