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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性 성추행에 속끓는 신입들

입력 | 2016-11-23 03:00:00

‘러브샷’하고 입 맞춘 부장님 “남자끼리 어때”




 신입사원 최모 씨(25)는 지난달 열렸던 회사 워크숍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저녁자리에서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부장은 취한 얼굴로 막내 직원 두 명을 차례로 일으켰다. 이어 자기 옆자리로 불러 술을 한 잔씩 따라준 뒤 ‘러브샷’을 하고 입을 맞췄다. 최 씨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귀를 깨물기도 했다. 최 씨는 “토할 것 같았다”면서도 “모든 선배가 지켜보고 있는 데다 입사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막내라 불쾌하다는 티를 낼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최 씨는 겉으로는 웃는 표정으로 “감사하다”며 인사까지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입술이 썩은 것 같은 기분에 혼자 밖으로 나가 담배를 두 대 연달아 피웠다”고 고백했다.

 각종 회식 자리에서 이와 같이 동성 상급자들의 ‘뽀뽀’로 괴로워하는 남성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상사들은 친밀감의 표시로 하는 행위이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쾌함을 넘어 수치심까지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이성 간에 이뤄지는 성폭력에 비해 동성 간 성폭력은 문제 제기를 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술을 마신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가벼운 신체접촉은 대부분 장난으로 치부되곤 한다. 지난해 입사한 박모 씨(26)는 “술자리에서 상무님이 입을 맞춘 뒤 ‘더 생각나면 밤에 내 숙소로 찾아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며 “당한 사람 입장에선 성희롱적 발언인데도 다들 웃어넘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자신보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기도 한다. 5년 차 직장인 박모 씨(32)는 한 술자리에서 아버지뻘 되는 거래처 임원에게 혀까지 오가는 ‘설왕설래(舌往舌來)’ 입맞춤을 당했다. 박 씨는 “상품 홍보를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트러블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업무상 마주칠 때마다 생생하게 떠올라 치욕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동성에 의한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남성이 성적 피해를 호소하고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법적으로는 여성 성폭력 피해자에게 준하는 보호를 받지만 사회 전반에서 동성에 의한 남성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남성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종 성희롱 예방교육에서 남녀 모두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