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샷’하고 입 맞춘 부장님 “남자끼리 어때”
각종 회식 자리에서 이와 같이 동성 상급자들의 ‘뽀뽀’로 괴로워하는 남성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상사들은 친밀감의 표시로 하는 행위이지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쾌함을 넘어 수치심까지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이성 간에 이뤄지는 성폭력에 비해 동성 간 성폭력은 문제 제기를 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술을 마신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가벼운 신체접촉은 대부분 장난으로 치부되곤 한다. 지난해 입사한 박모 씨(26)는 “술자리에서 상무님이 입을 맞춘 뒤 ‘더 생각나면 밤에 내 숙소로 찾아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며 “당한 사람 입장에선 성희롱적 발언인데도 다들 웃어넘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최근 동성에 의한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남성이 성적 피해를 호소하고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법적으로는 여성 성폭력 피해자에게 준하는 보호를 받지만 사회 전반에서 동성에 의한 남성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남성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각종 성희롱 예방교육에서 남녀 모두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