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혁 경제부 기자
대우건설은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3분기(7∼9월) 실적 검토보고서에 대해 ‘의견 거절’을 냈다고 14일 공시했다. 회계법인이 회사 장부에 표시된 숫자들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인 셈이다.
그런데 이 공시가 나오기 전 거래일인 11일 대우건설에 사상 최대 규모의 공매도 거래가 몰렸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 판 뒤 차익을 챙기는 방법이다. 투자자가 악재를 미리 알았다면 주가 하락에 대비하거나 공매도를 이용해 이익을 챙길 수 있다. 미공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되는 이유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매매 동향 자료를 분석해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으면 조사하겠다며 바삐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공개 정보 유출 의혹 가운데 실체가 드러난 사례는 거의 없다. 검찰이 수사 중인 한미약품 미공개 정보 유출 사건은 공시 담당 임원이 실종돼 답보 상태다. 올해 4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에 대한 수사도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해 7월 서울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결과를 미리 입수한 관세청 직원 3명이 부당 이익을 얻은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이들은 사업자로 선정된 호텔신라 주식 매매로 200만∼400만 원의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당시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시장을 달궜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에 대한 정보 유출 의혹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처벌을 강화했다. 기업 내부자와 1차 정보 수령자뿐 아니라 2, 3차 수령자도 처벌한다. 법 위반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회피한 손실액에 따라 가중처벌과 함께 벌금도 내야 하는 등 처벌 강도도 제법 세다. 하지만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는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처벌 강화도 중요하지만 미공개 정보 유출자를 찾아낼 조사 기법 개발과 사전 감시 체계 구축이 요구되는 이유다. 논란이 예상되는 종목 거래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미공개 정보 유통 경로로 지목받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 이익은 반드시 적발된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면 투자자들은 자본시장에서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이건혁 경제부 기자 gun@donga.com